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지는 것도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 상대방에게 거듭 지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습관성 패배’를 의심해봐야 한다. 패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붙는다. 습관적으로 패배하는 자들은 대개 경우 ‘남 탓’이나 ‘핑계’를 달고 산다. 패배하는 습관의 결정적 이유는 뜻밖으로 간단하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번번이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또다시 ‘실패의 마법’에 걸려든 징조가 농후하다. 서울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밑도 끝도 없는 ‘단일화’ 논쟁 속에 기류가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다. 다 이긴 줄 알고 화려한 폭죽 준비에 여념이 없던 부산 선거판마저 정당지지율에서 순식간에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야권 후보들끼리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네거티브 선거전이 유권자들의 체머리를 흔들도록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당의 정책실패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면서 야당이 다소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보선은 철저하게 조직력 싸움이다. 서울에선 구청장 25명 중 여당이 24명, 국회의원 41명 중 여당이 35명이다. 부산지역 전체 구청장 16명 중 1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여론과는 상관없이,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금도 유리한 구석이 없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참패의 원인을 잊은 채 여전히 착각 속에 빠져 있다. 여론이 기울었으니 ‘누워서 떡 먹기’일 거라는 오판이 똑같이 지배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무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무능한 민주당은 더 밀어주기 싫다. 그런데 국민의힘을 선택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하겠다”는 게 민심의 요체다.

듣기 불편한 예감이겠지만, 이렇게 가면 더불어민주당이 또 크게 이긴다. 말썽이 나거나 말거나 민주당은 뭐라도 자꾸만 내놓는다. ‘가덕도 신공항’을 승부수로 띄우고 부울경 민심을 들쑤시는 전략은 대성공이다. 당 대표와 대통령이 짜고 친, ‘전 대통령 사면’ 논란도 영남 갈라치기를 노린 독약 묻은 먹잇감이다. 최대 이슈인 코로나19 대책을 놓고도 도무지 솔깃한 ‘대책’ 하나 선도하지 못하는 국민의힘 이슈파이팅 점수는 빵점이다.

제1야당의 꼬리를 암팡지게 물고 통째로 삼키려는 안철수의 야망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국민의힘도 놀랄 정도로 과감한 ‘중도개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꼴통보수’의 관성으로부터 확실하게 탈출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못지않은 영남지역 중흥 비전을 당 차원에서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감동적인 정책들을 선도적으로 내놓지 않으면 무조건 실패한다.

여당 물어뜯기만으로는 성취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국민의힘을 왜 찍어야 하지?”하는 유권자들의 근원적인 질문에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수구꼴통’의 악취에 자꾸만 발목이 잡히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한다. 집권당에 대한 비난에만 목을 매는 작금의 전략으로는 어림도 없다. ‘실패의 마법’을 끊어낼 극적인 반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