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복권은 경기가 나쁠 때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이라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복권 판매액은 2조6천여억원으로 2005년 이래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복권당첨을 희망으로 삼았던 사람이 꽤 많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새해 첫날 영국에서는 유로밀리언 복권추첨에서 한화로 약 591억원의 돈벼락을 맞은 사람이 나왔다고 한다. 신년 운수가 정말로 대통한 사람이다. 일확천금을 얻어 단숨에 부자 행렬에 들어섰다.

복권이 불황형 상품이라 부르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적 현상인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보는 것이 보통의 견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양극화 등이 이런 경우다.

작년처럼 집값이 폭등하면 집이 없는 서민에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몇 달 사이에 수억씩 오르는 집값을 바라보면 일할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 요즘처럼 활황을 보이는 주식시장도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분야다. 하루 먹고살기에 바쁜 서민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인 주식을 해서 몇억씩 벌었다는 소문은 패배감과 무력감만 안겨줄 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복권이 유일한 희망일지 모른다. 당첨확률로 보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들에겐 희망의 등불이다.

올 초 첫 로또복권 당첨자가 발표되고 13명의 1등 당첨자에게 19억원의 당첨금이 돌아간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서 복권당첨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는 복권보다 경기가 확 풀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대가가 돌아가는 세상이 되길 희망해 본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