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철강시장 이슈
자동차·조선·수주 등 코로나 직격탄
부품 등 수입 멈추고 생산 차질 반면
분양시장 활기·언텍트 소비 증가로
건설·가전 수요는 늘어나 판매 호조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느냐, 그리고 얼마나 빨리 극복했느냐에 따라 업체별로 제품별로 시황이 엇갈렸다. 한국의 철강업계는 2021년까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고, 2022년 이후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21년 한국 철강수요는 어떻게 되고, 제품별 상황은 어떨지, 주요 이슈들에 대해 짚어본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수요산업

2020년 한국의 철강 수요 산업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8월까지 자동차 생산은 16.3%줄었고, 조선 건조는 12.2%, 수주는 56.3% 감소했다. 주요 수요산업 중 건설만 지표가 소폭 개선됐을 뿐이다.

최대 철강 다소비 산업인 자동차의 경우 2월부터 4월까지 코로나19로 자동차 공장의 가동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특히 세계자동차 부품 조달 체계가 코로나19로 무너지는 가운데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을 못하는 날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은 해외 공장에서도 벌어졌는데 특히 현대자동차의 북미 공장은 5월에 한대도 생산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 다행히 정부의 자동차 소비 진작을 위한 개별소비세 인하, 그리고 잇단 신차 출시 영향으로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감소해 시간이 가면서 점차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자동차 생산은 전년보다 13.0% 감소한 344만대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내수는 2.1% 감소, 수출 29.7% 감소가 예상된다.

조선은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신조선 발주량도 뚝 끊겼다. 연간으로 전년대비 64%나 신조선 수주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조선 수주의 감소로 상당한 기간 동안 조선용 강재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은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덜 받은 산업이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되었을 때 일부 현장의 공사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자동차처럼 밀집된 것이 아니어서 사실상 공사 차질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주택가격 급등으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향후 수요 증가를 기대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가전도 코로나19의 수혜를 일부 본 것으로 분석된다.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프리미엄 가전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늘었고,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면서 세탁기와 건조기 등의 국내외 판매도 호조를 이어갔다. 최근 관련 철강제품의 출하량이 늘어나고 있다.

 

생산 감소 원인은 코로나19와 고로 합리화

코로나19 악재가 한창이었던 2∼4월 국내 조강생산량은 전년동월대비 14∼15% 감소했다. 그러나 8월에는 감소폭이 2.1%로 둔화됐다. 8월까지 누계 조강생산량은 4천380만t으로 전년동기대비 8.7% 감소했다.

조강생산량 감소는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3고로 합리화와 화입 지연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광양 3고로는 5월에 개수가 끝났지만 코로나19로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이례적으로 화입을 늦췄고, 7월 10일에 가동을 재개했다. 이외에도 자동차 경기에 민감한 특수강, 특히 세아베스틸은 6∼7월 기간 동안 2∼3주씩 공장 가동을 수시로 중단해 생산량이 급감했다. 그 결과 4∼7월 유례없는 조강생산 감소기를 보냈다. 다행히 7월 이후 주문이 늘어나고 있고 수입도 많지 않아 철강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 가고 있다.

철근은 코로나19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것을 가격 흐름에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철근 가격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던 시점인 3월부터 오히려 빠르게 올랐다.

이후에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월에는 연중 최고가격인 67만원까지 올랐다. 이에 맞춰 중국산도 반응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어수선한 경제와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철근 가격이 크게 올랐던 것은 1분기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던 제강사들이 적극적으로 감산을 기반으로 할인을 줄이고, 원가 반영이 가능한 수준까지 철근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생산보다 이익 구조를 안정시키겠다는 철근업계의 의지가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반대로 열연강판은 코로나 확산과 함께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2월에 65만원 정도 거래됐던 국산 열연강판이 5월 말에는 60만원으로 떨어졌다.

가격은 8월을 지나면서 빠른 회복세를 탔는데, 하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급이 타이트해졌고, 두 번째는 중국의 철강 수요가 증가하면서 철강 원료 가격이 올라 원가 압박이 커지자 열연강판 가격도 함께 상승한 것이다.

 

업계 당면 과제가 된 수익성 개선

수요 감소에 대한 부담과 원가 상승에 대한 압박으로 철강사 마다 수익성 확보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영원히 적자를 보지 않을 것 같았던 포스코조차 2분기에 별도 기준 1천85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1.8%로 떨어지는 등 고전을 했다. 주력인 자동차용 강판 판매가 급감하면서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적자의 가장 큰 이유이다. 2분기에 포스코의 판매량은 776만t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98만4천t, 11.3%나 줄었다. 3분기에는 2천619억원의 영업이익과 4.0%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면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평소 1조원의 영업이익을 생각하면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

다만, 원재료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시키기 위한 노력에다 하반기에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회복돼 올해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4% 정도로 축소될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8.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봉형강류가 선전을 하면서 이익률이 다소 나아졌지만 손익분기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에 머물렀다. 철강경기 하락면에서 전기로 업체인 대한제강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호전된 것은 특이하다. 봉형강류를 생산하는 대한제강은 지난해 4%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분기를 바닥으로 회복되기 시작해, 2분기에는 10.4%까지 늘어났다. 비수기인 3분기에도 8.6%로 선방했다.

냉연 단압은 고로사들과 달리 좋은 성적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하자 내수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수입 시장에서 싸게 열연코일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롤 마진이 크게 개선됐다.

실제로 KG동부제철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460억원의 영업이익과 4.6%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지난해 연간 1.2%보다 4배 가까이 이익률이 늘어난 것이다. 목표도 5%로 잡고 이익률 향상을 추진 중이다. 냉연 단압의 경우 최근 열연코일 수급이 타이트 해진데다 포스코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있지만, 일부 냉연업체는 올해 깜짝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관은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열연코일 가격이 올랐지만 제품 가격 반영이 더디고, 고객들의 반발도 크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수입 규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코로나19까지 번지면서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9년 이후 크고 작은 구조조정 진행 중

판재류에서는 동부제철이 KG그룹이 인수해 KG동부제철로 재탄생했고, 스테인리스 냉연 박판업체인 대양금속도 새로운 주인이 생겼다. 또 최대 일반형강 생산업체인 한국특수형강도 매직홀딩스가 인수를 했다.

KG동부제철은 재무구조 개선이 상당히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한창이다. 특히 컬러강판 투자를 시작하는 등 미루어두었던 성장 전략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한국특수형강도 매직홀딩스에서 성장 전략으로 70만t급 철근 압연기를 새로 놓겠다고 발표하고 설비 계약에 들어가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제강이 와이케이스틸을 인수한 것도 철근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일본 야마도고교가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대한제강에 매각을 한 것이다. 대한제강은 와이케이스틸을 인수해 철근 분야에서 현대제철 동국제강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됐고, 향후 3년 내 부산공장 폐쇄와 당진 이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철근 시장이 새로운 경쟁 체제가 임박한 모습이다.

이 외에도 현대제철이 숙원인 H형강 투자를 올해 시작했고, 동국제강 KG동부제철 DK동신 등이 컬러강판을 신규로 가동하거나 재가동을 발표했다.

/스틸앤스틸·스틸데일리 제공

정리/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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