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소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옥수수를 신의 작물이라고 하면 소는 신의 가축에 비견된다. 짐을 운반하거나 농사를 지을 때는 필수적으로 소의 힘을 빌린다. 고기나 젖은 식용으로 사용되고, 가죽과 뿔은 다른 용도로 이용한다. 오래전부터 소는 지역공동체의 공동재산이자 가장 값비싼 자산이었다.

소는 덩치가 크면서 힘이 세고 일을 열심히 해 황소하면 일의 상징처럼 인식된다. “우직한 소가 만리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는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소의 성질은 보통 온순하나 한번 성질이 나면 아무도 못 말린다. 맹수인 호랑이도 앞뒤 안 가리고 들이받는다. 몹시 고집이 센 사람을 우리는 황소고집이라 부른다. 스페인에서는 소를 거칠게 키워 투우를 시키기도 한다.

소는 아주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해 와 인류 역사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힌두교에서는 신성시 하기도 하지만 동물답지 않은 소의 믿음직한 행동이 사람과의 신뢰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한 것이다.

경북에는 두 곳에 의우총이 있다. 구미시 산동면 인덕리와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에는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의로운 소를 기리기 위한 소 무덤이 있다. 주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와 맞서 싸운 소와 주인이 돌아가자 산소에 제발로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는 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축년 새해는 소의 해다. 소가 인류와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소의 유용성과 사람과 유지된 특수한 친밀감이다.

새해는 주인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는 황소처럼 우리의 정치도 아집을 버리고 헌신과 봉사의 정신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