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존중한다더니 사흘만에 뒤집어
주호영 “의석수로 야당 입 막는 격”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신청한 국가정보원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결시켰다.

민주당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전날인 12일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기로 방침을 정하고,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는 동의서를 국회 의사과에 제출한 데 따른 표결이 진행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공수법 처리 직후 “야당을 존중한다. 필리버스터를 종료하지 않을 것”이라며 밝힌 지 사흘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제출한 필리버스터 종결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가결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국정원이 가진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시행시기는 3년 유예했다. 또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을 금지하기 위해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국내보안정보, 대공, 대정부전복 등 불명확한 개념을 삭제하고 직무 범위를 국외 및 북한에 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위성자산 정보 등의 수집·작성·배포 등으로 규정했다.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지점은 대공수사권을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로 이관하는 건이다. 국민의힘은 경찰이 국내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참으로 이상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야당에게 주어진 합법적 의사 진행 방행인데 여당이 끼어들게 문희상 전 의장이 나쁜 선례를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180석 힘으로 입조차 막으려 한다”며 “처음에는 호기롭게 하는 데까지 해보라고 했다가 초선 의원들이 가담하고 윤희숙 의원이 최장 시간을 경신하니 야당의 입을 막겠다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이 180석을 보장한 건 나라 일을 잘하라는 건데 국민들이 위임한 뜻에 전혀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다. 설해목(雪害木)이라는 말이 있다. 부드러운 눈도 쌓이면 억센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아무리 센 권력도 민심을 이길 수는 없다”며 “저는 민주당과 집권세력의 잘못된 행태와 부정비리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나뭇가지 눈 쌓이듯 쌓이고 나면 나뭇가지는 부러져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대응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국민의힘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여론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숫자의 힘으로 강제 스톱시키는데 대응 방법이 있나. 우리는 항의할 뿐”이라며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정권의 문제점들을 더 조목조목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즉각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 정국은 14일 마무리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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