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양화가 윤은경
포항 청포도미술관
17∼29일 일러스트 개인전
포항시립중앙아트홀
10∼15일 ‘나비의 꿈’ 주제 개인전

꽃은 말이 없다. 바람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녀의 캔버스 안으로 들어온 바람은 낮은 목소리로 꽃을 흔들고 가을을 흔든다. …섬세한 감성으로 늘 붓을 쥐고 있는 그녀, 윤은경 서양화가를 지난 16일 그녀의 화실에서 만났다.
 

윤은경 서양화가
윤은경 서양화가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나.

△어렸을 때 내성적이었고 조용한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늘 혼자였다. 그림은 내게 혼자 놀기 가장 좋은 장난감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잘 그린다는 이야길 듣게 되었고 잘 그리게 되니 친구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림이 나를 변화시켰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그림에 빚을 지고 사는 기분이다.

-늘 붓을 놓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혹시 휴식기는 없었나.

△결혼과 육아로 3년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꿈을 꾸었다. 울면서 전시장을 헤매는 내가 보였다. 그림을 그리면서 울기도 했다. 그런 꿈이 날마다 반복되었다. 그때부터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나를 위로하는 돌파구였다.

-지난 10∼15일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나비의 꿈’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는데 나비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다큐멘터리에서 새처럼 멀리 나는 나비에 대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흔한 ‘작은 멋쟁이 나비’는 뜨거운 사막의 열풍을 견디며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후 일정 기간 머물다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간다. 너무나 작고 가냘픈 나비이지만 1만2천km를 날아다니는 나비의 자유로움과 강인함에 영감을 받아 나비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나비의 꿈’에서는 실제 나비도 등장하지만, 고양이도 보인다.

△고양이의 귀와 나비의 날개가 닮아있다고 해서 예전부터 고양이를 나비라고 불렀다고 한다. 나비와 고양이, 이 둘 사이에서 나는 감성적 유사성을 느꼈다. 애틋함과 친근함 그리고 따뜻함, 나를 떠난 것들에 대한 사소한 애착들이 내 그림에 등장하는 작고 가냘픈 아기 고양이들을 통해 느껴지길 바란다.

-포항 복합문화공간 청포도미술관에서 17일부터 29일까지 갖는 전시 내용은.

△개인전과 일러스트전이 같은 선상에서 시간차를 두고 진행된다. 10일부터 5일간 이루어진 전시는 화가 윤은경을 오롯이 볼 수 있는 개인전이고 뒤로 이어지는 청포도 갤러리 전시는 지금까지 작업해오던 삽화를 모은 일러스트레이터 윤은경을 만나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일러스트 전시는 책 속의 원화 전시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자신만의 엽서를 만들고 전시할 수 있는 참여전도 마련했다. 보는 전시에서 만드는 전시로 전시의 의미를 확장해보려고 한다.
 

윤은경作
윤은경作

-일러스트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미술 중점 포항 항도중학교에서 미술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그들의 꿈에 한 조각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일러스트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본인의 작품세계와 향후 계획을 소개한다면.

△길에서 흔히 보이는 풀과 자주 볼 수 있는 나비들의 이름을 찾아 작업을 하면서 이름 없는 풀, 이름 없는 나비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주변의 생명이 있는 작은 것들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것은 나를 위로하기 위한 행위였다. 좋은 그림은 넘어진 마음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은 것을 향해 눈을 밝고 맑게 뜨고자 한다. 늘 경계를 지우고 소통하고 연결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서양화가 윤은경 프로필

▲1976년 경남 밀양 출생
▲부산 동아대학교 회화(서양화) 졸업
▲부산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및 그룹전 수십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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