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 신보 ‘2006’ 발표
“직접 작사·작곡·편곡,
가장 ‘적재’다운 앨범”

적재. /안테나 제공
“나의 가장 순수하던 때는 언제였을까 고민하다보니까 2006년이 가장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누구나 돌이켜보면 자신이 가장 빛나던 때가 한 번쯤은 있다.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적재에게는 2006년이 그랬다. 겨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기타를 둘러매고 서울예대 캠퍼스를 누비던 신입생 시절이었다.

적재는 음악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그때로 시계를 돌려 미니 2집 ‘2006’과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을 만들었다.

지난 10일 소속사인 서울 강남구 안테나에서 만난 그는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하던 2006년은 너무 행복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신입생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음악 잘한다는 친구들이 함께 동산에 올라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죠. 친구들 눈을 봤는데 ‘사람의 눈이 이렇게나 반짝일 수 있구나, 모든 게 다른 우리가 이토록 조화롭게 빛날 수 있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러나 적재는 당시에는 그게 행복인 줄 몰랐다. 남들보다 2년 일찍 대학에 입학한 그는 자신의 실력이 뒤처진다는 열등감과 강박에 시달렸다.

“나는 이 학교에서 하위권”이라는 생각 때문에 하루하루가 연습의 연속이었고 밤이 새도록 홍대에서 공연을 했다. 열여덟 살 소년은 자신을 조금은 가혹하리만큼 몰아붙였다.

“지금은 모든 게 이해관계로 얽혀 있잖아요. 돌이켜보면 그때처럼 순수하게 음악을 잘하고 싶고 좋아서 연습하던 때가 없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곡이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이에요.”

서른둘이 된 적재는 열등감과 강박을 조절하는 법을 익혔다. 뛰어난 뮤지션을 봐도 “저 사람은 저 장르를 잘하지만 나는 이 장르를 잘하지”하고 마는 어른이 됐다.

신보에는 앨범의 핵심인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 외에도 ‘풍경’, ‘알아’, ‘너 없이도’, ‘흔적’ 등 서정적인 분위기의 다섯 곡이 수록됐다.

적재는 “가장 적재다운 음악을 실은 앨범”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발표한 싱글은 다른 아티스트에게 편곡을 맡겼지만, 이번 앨범은 적재가 직접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맡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많은 뮤지션과 협업해온 만큼 이번 앨범에도 몇몇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았다.

피처링에 참여하지 않기로 유명한 나원주는 수록곡 ‘알아’에 피아노 연주와 허밍을 더해줬다. 세션으로 여러 번 합을 맞춰온 아이유는 적재가 곡을 들려줄 때마다 장문의 메시지로 피드백을 해줬다.

“아이유는 제 곡을 들었을 때 본인이 느낀 감정이나 디테일한 부분, 악기에 대한 것도 성심성의껏 얘기를 해줘서 실제로 반영을 하곤 해요. 시간이 없을 텐데 항상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줘요. 늘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소속사 수장인 유희열도 지원군이 됐다. 적재는 유희열을 두고 “음악을 터치하기보다는 아티스트가 가진 장점을 살려주는 프로듀서”라고 말했다.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면 무조건 안테나가 될 것 같다”고 예감한 그는 지난 9월 실제로 안테나에 둥지를 틀었다. 샘 김, 권진아 등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와 협업해 인연이 깊은 데다 유희열의 영입 사전 작업도 있었다고 한다.

적재는 “안테나에 오니 음악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내 음악을 멋지게 포장하고 홍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든든하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