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필가 배문경
등단 11년 만에
첫 산문집 ‘쪽빛에 물들다’출간
“오래되어 낡은 스웨터 같은,
호빵이나 초콜릿 같은 글 40편 엮어”

배문경 수필가.
배문경 수필가.

경주의 중진 여류 수필가 배문경(56) 시인이 첫 산문집 ‘쪽빛에 물들다’(도서출판 예술과마을)를 발간했다. 배 수필가는 2009년 ‘수필과 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시흥문학상을 수상하고, 2016년에는 천강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작품 ‘오동나무, 울다’가 2020년을 빛낼 60인의 수필가의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9일 배 수필가를 만나 이번 산문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등단 이후 11년만에 첫 산문집이다. 소회를 듣고 싶다.

△포항에서 태어나 2남 3녀의 막내로 자랐다. 연로하신 부모님 밑에서 외로움 속에서 성장했다. 사춘기에는 집을 떠나 독립하리란 단단한 각오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25년 쯤 간호사로 살았다. 글은 대학시절부터 취미가 있어 더러 썼지만, 이렇게 작가로서 등단하고 책을 발간할 줄은 몰랐다. 수필은 내게 세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말에서 언어로 바꾸는 길을 만들었다. 다시 글은 삶을 읽는 힘을 만들어 주었다. 나와 타자의 삶이 문장 틈틈이 시간의 지층으로 쌓였다. 혈연이 나를 만든 DNA라면 인연이 된 많은 사람들은 나의 정서와 생각에 영향을 끼쳤다.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글이 필요하듯이 순간을 기록하고 마음을 기록했다. 가슴속의 따뜻한 사랑과 냉정한 이성을 그 안에 넣는 작업을 하며 십여 년을 보냈다. 너무 오래되어 낡은 스웨터 같은 글도 있고 따끈한 호빵이나 초콜릿 같은 글들이 섞여있다. 완전히 발가벗은 듯해서 부끄럽고 노력한 부분의 결실이 감격스럽기도 하다.

-산문집에 담긴 수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등단작인 ‘달빛연가’는 불국사를 배경으로 어머니의 사십구재를 썼고, ‘기림(祇林)의 달’은 어머니의 생애에 대한 슬픔과 인연을 썼고 이 작품으로 경북문학대전에서 수상했다. 그리고 경북문화체험 수필대전에서 수상한 ‘절 없는 절’은 경주 탑곡 마애불상군을 배경으로 쓴 글이다. 이처럼 경주와 불교라는 의식이 깔려 있는 글은 2016년 천강문학상을 수상한 ‘목리(木理)’를 통해 좀 더 구체화되었다. 나무의 이치에 빗대어 인간의 정서를 투영하며 쓴 글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의 분신이다. 그래도 ‘기림의 달’은 다시 보아도 가슴을 울리는 종소리가 늘 묻어나는 글이다.

배문경 수필가 산문집 ‘쪽빛에 물들다’ 표지.
배문경 수필가 산문집 ‘쪽빛에 물들다’ 표지.

-산문집을 읽고 주변의 반응, 다른 평론가들이나 수필가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산문집에는 40편의 수필이 실려있다. 긴 것은 원고지 18매이고 짧은 것은 9매도 있다. 상징과 은유 그리고 문학성과 감동을 한꺼번에 잡기란 녹록하지 않다. 수필 장르는 많은 글을 담는 아주 큰 항아리다. 나는 그 항아리에 쪽을 담아 우려낸 쪽빛처럼 쓴 글들이 많다.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즐겁다. 한상렬 평론가로부터 ‘계단’은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으로 인정받았고, ‘목리’는 장성진 교수로부터 평범해지기 쉬운 제재의 상호결합을 서술의 속도감으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이었다.‘쪽빛에 물들다’수필집의 작품해설에서 김동수 평론가는 희로애락 그리고 그 굴곡을 넘나들며 추출한 삶의 앤솔로지(anthology)들, 이제 작가는 모든 것을 문학의 용기에 담아 독자에게 건넨다. 그러면 독자는 그 맛을 음미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아마도 이후에는 조금 더 편하고 즐거운 삶의 노래를 쓰고 싶다. 살아가는 일은 혼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 기쁨은 고조된다. 나의 글과 독자의 바람이 하나가 된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 되리라 본다.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가 기다리고 있다. 독자의 응원은 더 나은 문학성과에 버팀목이 되는 만큼 큰 응원의 박수를 부탁드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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