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시작전부터 병·의원 앞 긴 줄… 수급 안 돼 곳곳서 ‘헛걸음’
소진된 곳마다 재입고 문의 빗발쳤지만 공급 재개는 기약 없어
유료접종 가격마저 인상돼 무료접종 대상 자녀 둔 부모들 허탈

13일 재개된 만 13∼18세 이하 무료 독감예방접종 백신이 이날 오전에 동났다. 일부 병·의원에는 진료 시작 전부터 아이와 부모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역 맘카페에선 실시간으로 무료접종이 가능한 병·의원을 수소문하는 게시글이 이어졌고, 독감백신 품귀 현상에 각 병원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질병관리청은 13일부터 만 13∼18세를 대상으로 독감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백신 상온 노출로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지 약 3주 만이다. 오는 16일까지 모든 물량을 각 지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 공급할 방침이다. 포항시 남·북구 보건소는 만 13∼18세 대상 무료 독감예방접종 참여 의료기관으로 남구 52개소, 북구 65개소를 지정하고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앞서 보건 당국은 상온 노출 백신을 대상으로 유통 조사와 자문 회의 등을 행한 결과 안전성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없다던 백신에서 최근 백색 입자가 발견됐다. 연이은 문제로 다량의 백신이 회수되면서 물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재개한 첫날부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아침 일찍부터 지정 의료기관에 무료접종 대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 몇몇 병·의원에서 백신이 소진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맘카페에서는 무료 독감백신이 남아있는 곳을 물어보거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게시글 20여 건이 올라왔다.

이날 북구의 한 병원에서 오전 8시부터 아이 3명을 데리고 접종 순서를 기다렸다는 주부 김혜원(38·북구 장성동)씨는 “애들 셋 접종 비용이 만만치 않아 무료접종이 재개되길 기다렸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라도 예방접종을 서두르려 했는데 백신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연달아 불거진 탓에 물량이 금방 동날 것이란 얘기까지 나와 불안한 마음에 더 서둘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북구의 또 다른 병원에는 접종 대기자가 60명을 넘어섰다. 한 시간 뒤 병원 관계자는 “무료 백신이 없다”고 안내하며 입구에 백신 재고가 떨어졌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남구 연일읍의 한 의원에 예방접종 문의 전화를 걸었더니 담당 간호사는 “무료접종 백신은 이미 소진됐다”며 “재입고도 안 된다. 유료 접종은 5만원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무료접종 대상자 자녀를 둔 부모들은 허탈감을 토로했다. 국가독감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에 3주를 기다린 것도 모자라 무료접종 재개 첫날부터 백신이 없어 헛걸음한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중학생 딸이 있는 김창주(45·포항시 북구)씨는 “학교에 간 아이가 오후 5시에 마치는데 오전에 무료 백신이 떨어지면 어디서 접종받을 수 있나”라고 되물으며 “결국 유료 접종을 해야 할 판인데 이럴 거면 무료 접종대상자를 따로 구분할 의미가 없다. 오히려 지난달까지만 해도 동네 병원에서 4만원을 받던 유료 접종 가격이 이번 주엔 5만원으로 올라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백신이 부족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백신 물량을 약 500만 도스 늘린 만큼 접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수거 방침을 밝힌 백신은 상온 백신 48만 도스와 입자 발견 백신 61만5천 도스다. 중복 물량 2만 여개를 제외하면 전체 회수 물량은 약 107만 도스다.

포항시 보건소에는 독감 무료 접종과 유료 접종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북구보건소 예방접종실 관계자는 “어디서 구매했느냐의 차이일 뿐 백신의 차이는 없다”며 “무료 접종의 경우 정부가 대량으로 구매한 백신으로, 면역력이 약하고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한 이들에게 무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9일과 26일부터는 각각 만 70세 이상, 만 62∼69세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이 실시된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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