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는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전설에서 ‘악어의 눈물’이란 말이 나왔다. 실제로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악어의 눈물은 보통 위정자의 거짓 눈물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밤중 열병식에서 내보인 눈물을 두고 악어의 눈물에 비유했다. 그가 보인 눈물은 인민을 위한 연민의 정이 아니고 인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종의 통치수단이란 뜻이다.

이해관계에 있을 때 어느 집단보다 가장 독하게 싸우는 정치인도 눈물은 흔하게 보인다. 선거에서 승리를 했을 때 그들이 보이는 눈물은 드라마틱할 정도다. 자신을 지지해준 주민에게 저렇게 감동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할까 싶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강력한 통치권자도 눈물을 보인 사례는 많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는 눈물이 많기로 잘 알려져 있고,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도 부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역사 기록이 있다.

강력한 지도자의 눈물은 연약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들이 흘린 눈물은 백성들에게 각별하게 다가간다.

그러나 눈물은 진실할 때 상대를 진정 감동시킬 수 있다. 상대의 눈물이 진실한지 여부는 쉽게 알 수가 없으나 눈물의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마련이다.

미국의 저명작가 어빙은 “눈물은 천만단어 보다 힘 있는 웅변”이라 했다. 김정은의 눈물이 인민에게 힘 있는 웅변으로 감동적이게 전달 된 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인지 아닌지 판명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