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도 조용한 추석명절을 보냈다. 추캉스라 하여 제주도 등 일부 관광지는 추석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몹시 붐볐으나 보통의 가정은 쓸쓸할 만큼 조용한 추석명절이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우려, 언텍트 추석을 권하면서 노인들의 추석연휴 뒤끝은 여운이 남는다. 1년에 겨우 명절 두 번 정도 집으로 찾아오는 자식과 손자소녀를 이번 추석에는 만나보지 못함이 마음을 영 편치 않게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올해 추석은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막상 명절을 보내고 나니 그 허전함이 크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마음의 병이 될까봐 두렵다.

LID 증후군은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의 고독병을 일컫는다. 자녀가 분가해 떠나고 주위에 의지를 했던 사람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면서 생기는 손실감(Loss), 자녀와 떨어져 대화될 상대를 잃은 소외감(Isolation), 또 이런 상태가 오래 동안 지속되면서 생기는 우울증(Depression) 등의 표현을 줄여서 한 말이다.

전문가들은 LID 증후군이 오래 지속되면 무기력, 방황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삶의 질은 자연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부정적 정서가 기억력, 언어 등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노인들은 비록 1년에 두 번이지만 명절 때 자식과 손자손녀와의 만남을 삶의 공백을 메우는 기회로 여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갑작스레 바꿔진 명절 분위기로 어쩔 수 없다고치자. 하지만 노인들의 속내는 섭섭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비대면 추석을 보낸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의 섭섭함과는 달리 다수가 해방감으로 보냈다고 반응했다고 하니 세대 간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