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찬전 경북도의회 의원·칼럼니스트
손경찬
전 경북도의회 의원·칼럼니스트

지역의 지방의회가 후반기 의장단과 위원장을 새로이 선출하고 후반기 의정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말들이 많다. 포항시의회가 후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원(院)구성으로 몸살을 앓았고, 최근 상주시의회에서는 의장불신임 의결이 기화가 돼 법정 문제로까지 번졌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밥그릇싸움인 것이다.

포항시의회의 의원수는 총 32명으로 이중에서 국민의힘 19명, 더불어민주당 10명, 무소속 3명이다. 굳이 세(勢)로 따지자면 국민의힘과 민주당·무소속이 6대 4인데, 민주당에서는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40% 정도는 민주당·무소속에게 배분돼야한다며 밀어붙였고, 뜻대로 안 되자 의장불신임안을 불쑥 제출했던 것이다.

과거 60년간 전혀 볼 수 없었던 의장불신임 건이 작년부터 전국 지방의회에서 곧잘 등장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동구의회에서 의장불신임이 의결되자 해임당한 의장이 소송을 걸어 그 직을 되찾은 사례가 있다.

지방자치법 제55조 제1항을 보면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지방의회의 의장이 법적으로 잘못하면 그에 맞게 제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주시의회에서 의장불신임 발의사유 가운데 첫째가 ‘의장이 의회의 위상과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인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두루뭉술하게 헐뜯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번째 발의 사유는 지방자치법상의 불신임사유에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인즉, 전반기 의장 선거와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당론을 무시하고 정당내 의장 내정자가 있었음에도 따로 나가서 당선됐다는 게 사유였다. 기가 찰 노릇이다. 설령 정당내에서 그렇게 정했더라도 그것이 지방자치법상에서 의장을 불신임할 수 있는 사유는 되지 않음이 분명한데 강행한 것이다.

그러면서 의안처리과정에서 표결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줘야함에도 신상발언을 봉쇄했고, 회의규칙상 질의와 토론을 거쳐야 함에도 생략하고 표결하는 등 위법을 저질렀다. 그랬으니 해임된 의장이 상주시의회의 위법 행위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지방의회는 헌법기관이다. 헌법과 법률 및 의회 의사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위법하면 안 될 일일 터, 지방의회가 중앙정치를 닮아 정쟁 일쑤고, 적당한 구실을 붙여 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여 의장의 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반(反)의회적이다. 상주시 기초의원들이 중앙정치의 폐습을 풀뿌리민주주의 현장에 옮기려는 처사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의장이 법령 위반과 직무 태만이 없음에도 해당되지도 않는 불신임사유를 갖다 붙여 발의하고는 의원 표결권, 의회의 자율권을 앞세워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 기초의원과 도의원을 지낸 필자가 보기에도 지난 8일 발생한 상주시의회의 의장불신임 과정에서 보인 제멋대로 의정은 문제가 있다. 시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