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간 지속에
긴 장마·잇단 태풍 영향으로
배추·무 등 채소류 가격 폭등
사과·밤 등 제수용 수요 줄어
올해 추석특수 실종 큰 걱정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었다. 올해는 긴 장마와 강력한 태풍의 영향으로 농산물의 수급상황이 평년보다 좋지 않아 가격이 치솟고, 코로나19 여파로 서민층이 주머니를 닫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포항 죽도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평소보다 더 한산한 모습이었다. 추석을 보름 앞둔 상황이어서 활기찬 명절특수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평소보다 더 생기가 없었다. 제수용 생선을 파는 어시장 인근도 상인과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루던 곳이지만, 손님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띄엄띄엄 보이는 방문객들의 손은 대부분 가벼웠다.

과일상가 앞에서 배를 만지작거리던 한 주부는 가격을 두고 상인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다가 빈손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가격을 물어보고는 화들짝 놀라서 되묻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죽도시장에서 20여년 동안 과일장사를 했다는 한모(64)씨는 “코로나19로 방문객이 줄어든 것도 모자라서 과일가격까지 오르면서 그나마 찾아온 손님들도 10명 중 9명은 가격만 물어보고 자리를 뜬다”면서 “아직 추석이 1주일 넘게 남았으니 지켜봐야겠으나, 이대로라면 작년의 절반도 못 팔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이 전통시장 23만7천800원, 대형유통업체 33만6천8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0%, 6.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일 기준으로,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해 전국의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에서 실시한 결과다.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배추, 무 등 채소류 가격이 폭증했고, 생육 부진으로 대과의 비중이 감소한 제수용 사과는 물론, 수입이 줄어 국내산 수요가 증가한 밤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날 기준 대구지역에서 사과는 홍로 10개 기준 소매가격이 전년(2만1천500원)보다 58.1%비싼 3만4천원으로 거래됐다. 경북에서도 1년 전 2만1천250원하던 사과(홍로 10개)가 이날 3만3천300원으로 급등했다.

생선가게와 채소가게 등에도 파리만 날렸다. 시장 내 일부 점포는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채소상가를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여름휴가 철 죽도시장 방문객이 예전만큼 회복됐었는데, 며칠 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다시 발길이 뚝 끊어졌다”면서 “포항지역에서 확진자가 더 발생하거나 죽도시장 상인 중 한명이라도 코로나19에 걸린다면 올해 추석장사는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경북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죽도시장마저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지역 소규모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갈 전망이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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