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1㎞ 강풍 덮친 경북동해안
큰 파랑 막는 방파제 마저 유실돼
옹벽 대부분 50년 빈도 태풍 기준
테트라포트 설치해 2중 보호해야

8일 오후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강풍과 파도가 잇따라 덮치면서 경주시 감포읍 감포리 일원이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폐허로 변해버렸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나흘 간격으로 한반도를 연이어 덮친 제9·10호 태풍은 무엇보다 ‘강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지난 3일 새벽 기습한 제9호 태풍 ‘마이삭’의 경우, 포항 구룡포에서 최대순간풍속이 무려 161㎞/h로 기록됐다. 고속도로에서 160㎞/h로 달리는 차량의 속도와 같은 바람이 분 셈이다. ‘마이삭’은 최대풍속(10분간 평균풍속)에서도 역대 태풍 중 4위에 올랐다. 연이어 한반도를 습격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역시 최대풍속이 43㎧(155㎞/h)에 달했다.

특히, 역대급으로 강력했던 바람의 운동에너지가 만들어 낸 파랑이 포항과 경주, 영덕 등 경북동해안에 큰 피해를 입혔다. 태풍의 직접 타격을 받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상가들은 10m가 넘는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으스러졌고,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 옆 친수공간은 쑥대밭이 됐다. 약 39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영덕군 해파랑공원 역시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울릉도는 울릉(사동)항 동방파제가 200m 정도 유실되고, 남양항도 100m 전도됐다.

이와 관련해 안경모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보통 방파제는 50년 재현주기를 가진다. 재현주기라고 함은 쉽게 말해 50년만에 한 번 오는 큰 파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를 하는 걸 의미한다”면서 “그런데 태풍이 자꾸 강도가 커지고, 예전의 기준을 뛰어넘는 파도가 자꾸 오고, 태풍에 의한 해일이 겹쳐서 오니까 이런 피해가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도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테트라포트(TTP) 설치가 가장 쉽고 효과적이다. 방파옹벽의 경우 파도에너지를 그대로 받아 파괴되기 쉬운 반면, 테트라포트의 경우 강한 에너지를 소산시키기 때문에 내구성 면에서도 더 좋을뿐더러 파도가 육지를 넘는 월파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파제에 테트라포트를 설치해 2중으로 외해의 파랑을 막는다.

결국 설치 비용이 문제다. 테트라포트는 주변 환경 등에 따라 중량과 크기에 차이를 두는데, 상황에 따라 부담스러운 가격까지 지불해야 할 수 있어 지자체들 역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구룡포 주민들이 테트라포트나 옹벽같은 시설물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개인 피해긴 하지만,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이분들의 생명권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일단 중앙점검반에 옹벽이나 테트라포트 설치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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