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서민들이 빚을 내 집을 사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집값 인상 기대 때문”이라고 답했다가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헤프닝의 전말은 이렇다. 포항북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노 실장에게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냐’고 물었다. 노 실장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노 실장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수도권의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아파트는 37만호로 사전 청약 6만호, 본청약 18만호, 임대 13만호다. 2023년 이후에는 47만5000호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그래서 국토교통부 장관도 30대 청년들에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해서 지금 집을 사지 말고 분양을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펼쳐지면 머지않아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취지의 답변이었다. 이에 김 의원은 ‘서민들이 왜 이렇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지 아느냐’라고 꼬집어 물었고, 노 실장은 곧바로 “집값 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닐까싶다”란 답변을 내놨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집값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기대해 집을 산다는 대답이 된 셈이다. 이에 흥분한 김 의원은 “전·월세가 오르면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게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에 대출해서 집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사를 하는 것도 지친다. 집값이 뛰게 하려(기대해)고 집을 사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을 이렇게 부정적으로 보니까 이런 정책이 나온다”고 질타했다.

노 실장의 대답은 일반인이라면 매우 상식적인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 실장은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다. 그런 그가 ‘집없는 서민들의 아픔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속뜻을 가진 질문에 동문서답식 답변을 했으니 욕을 얻어먹을 수 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3일 ‘잘못된 인식이 잘못된 정책을 낳는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노영민 실장을 또 한번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서민이 빚 내 집을 사는 이유는 많이 오를 거라는 ‘두려움’과 이렇게 집값이 오르는데 지금 사지 않으면 집을 못 살 것 같은 ‘불안’때문”이라면서 “‘집 비워라’ 주인 눈치 안보고,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할 필요 없이, 가족들과 마음 편히 살 내 집을 장만하고 싶은‘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흔히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게 자기표현능력과 공감능력이란다. 특히 한 철학자는 한국 중년남성의 반 이상은 혼자 놀고, 남들과 관계 맺을 줄 모르는 일종의 자폐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어쨌든 청와대 비서실장 직책을 맡은 이가 이리도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밝혀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