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안 그래도 어렵다. ‘혼돈의 시대’라 여겨질 만큼 오늘 현실은 소용돌이친다. 세기를 건너오며 인쇄매체와 방송매체라는 단순한 구조를 가졌던 미디어환경이 급변하였다. 신문, 잡지, 텔레비전과 라디오였는데 어느 틈에 매체환경이 폭발하더니 이제는 모두 디지털 온라인으로 수렴해 간다. 4차산업혁명으로 향하는 길목에 터진 코로나19의 현실은 미디어의 역할을 더욱 증대시켰다.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뉴노멀의 사회환경은 기대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비대면 기조의 사회활동, 재택근무로의 업무환경 변화, 온라인으로 전개되는 교육과 문화, 인공지능이 몰고오는 직업구조의 격변. 정보전달과 여가활동에 있어서 더욱 확장될 온라인과 디지털 소통은 미디어가 가질 영향력의 지평을 한층 넓혀갈 터이다.

방송은 특별하다. 다른 전통미디어들이 기존의 틀을 대체로 유지한 채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방송은 존재형식과 시스템구조 자체가 심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기술진보와 함께 다변화된 방송구조는 광고시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쳐 수익성 확보에도 진통을 겪는다. 내용면에서 허위조작정보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의 범람을 막아내는 일에도 방송의 할 일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방송을 향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하여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길에 특별재난방송을 끊임없이 전개하는 등 사회적 기여를 멈추지 않는다. 주요방송사가 시행한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52.4%의 국민들이 방송을 통하여 전달받고 있다고 한다. 격변과 기대 가운데 ‘방송의 날’을 맞는다. 기념하기보다 숙고해야 할 일이 숙제로 다가오는 오늘이 아닌가.

방송은 공공재다. 사회적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전달할 책임이 있고 그에 따른 문화적 영향력도 지대하다. 영국 BBC의 토니 홀 사장은 ‘소셜미디어와 가짜뉴스가 분열을 만들어내며 극단적 대립을 추동한다’면서 ‘방송의 공공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여야 한다’고 하였다. 수익성의 확보와 함께 공익에 기여하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보다 큰 기대와 과제를 안게 된 미디어, 특히 방송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소명이 주어졌다. K-방역과 함께 향상된 국격을 안팎으로 확인하고 알려낼 과제도 방송이 맡아야 한다.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K-콘텐츠가 차지할 몫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방송의 형태와 시스템, 법령과 규제, 콘텐츠와 글로벌지향 등 어느 한 영역도 멈춰서지 않는다.

변화를 읽어야 한다. 뉴노멀은 노멀이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따라가기보다 앞서가는 방송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다른 세상에서 더욱 높아진 미디어에 대한 도전과 기대 앞에 우리 방송이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방송소비자 국민들도 방송을 통한 ‘콘텐츠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눈에 불을 밝혀야한다. 정부는 방송이 나라와 국민에게 좋은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여야 한다. 방송과 미디어가 당면한 과제와 기회 앞에 미래를 당겨올 다짐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