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 등 소유주 측
매각 계약 되돌리는 비용보다
과태료 부담금 훨씬 적어
전문가 의견·시민정서 무시
포항시·대책위 등 현장 방문
진상조사 마무리까지 보류키로

2일 오후 포항 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가 강행되자 지역 시의원, 흥해읍 주민이 현장에서 항의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11·15 포항지진을 촉발시킨 포항지열발전소의 중요한 증거인 시추기 철거작업이 진상조사위원회의 보존 결정을 무시한 채 강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포항지열발전 현장에서 시추기 철거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말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진상조사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포항지진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열발전 부지의 보전 및 관련 물건(시추기, 시추 암편, 발전기, 폐수 등)의 보관을 요청하며, 소유주인 대신FNI와 신한캐피탈 등에 공문을 발송했다.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은 진상조사를 위해 관련 자료와 물건을 보관하고 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강제성이 없고, 이를 무시하더라도 최고 과태료 3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실효성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즉, 신한캐피탈 등에서 철거를 강행한 것은 시추기 매각 계약을 이미 진행한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는데 드는 비용이 과태료보다 더 많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시는 2일 부시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장을 확인한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역시 진상조사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철거를 강행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3일 개최되는 총회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열발전 시추기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포항지진의 증거물로 보존돼야 한다고 결정된 만큼 관련기관과 소유주는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서 이행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들어 포항지진의 진상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철거를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지열발전 시추기 본체와 머드펌프 등 시추장비 소유권을 지닌 신한캐피탈은 지난 지난 2월 13일 인도네시아 업체에 160만달러(한화 약 19억2천만원)에 시추기를 매각했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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