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이라는 류시화 시인의 시가 입에서 계속 메아리치는 7월 마지막 주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사람들은 최선의 지혜로 대처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그 지혜들이 모여 사회와 경제가 조금씩 돌아간다.

그런데 오히려 퇴보하는 곳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정치와 교육이다. 둘의 공통점은 문제투성이라는 것, 해결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뻔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것은 위선(僞善) 덩어리라는 것이다.

이 둘은 거짓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 거짓말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학생이 주인이 되는 교육”이다. 더 이상 이 말에 속을 국민과 학생은 없지만, 위선 정치인과 정치로 교육하는 사람들은 디지털의 힘을 빌려 이 말을 무한 재생하고 있다. 그들의 뻔뻔한 거짓말 놀이에 이 나라 정치와 교육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 나라에서 국민과 학생이 단 한 번이라도 주인이었던 적이 있을까?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고, 위선 정치인과 교육인들이 멸종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나라엔 희망의 불이 꺼졌다. 허균이 지금 시대를 산다면 분명 ‘신호민론(新豪民論)’을 섰을 것이다. 허균은 호민론에서 백성을 항민(恒民), 원민(怨民), 호민(豪民)으로 나누고, 호민을 “사회의 부조리를 냉철히 파악하여 때가 되면 백성들을 조직, 동원하여 사회변혁을 도모하는 백성”이라고 하였다.

선거 결과에 도취 된 정치인들은 못 느끼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허균 시대의 호민보다 더 강력한 이성과 힘을 가진 신호민(新豪民)이 늘고 있다. 그 속에는 학생도 많다. 그들이 떨치고 일어설 사회적 명분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과 상벌점 제도에 상처받고 있는 학생을 위해 류시화 시인의 시를 인용한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

필자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패러디 욕망을 강하게 느낀다. 시인은 사전의 새로운 집필을 꿈꾼다. 그 이유는 사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새 집필진으로 시인을 추천한다. 그가 제시한 예를 읽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단어 본연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을 찾고 있는 필자의 마음에 닿았다.

만일 학생이 방학(교육)을 만든다면, 방학(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이다. 그들의 가슴에 미래에 대한 불로 가득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가 그 불을 꺼버렸다. 하지만 이제 그 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필자는 그 불이 학교와 공교육을 모두 태우는 꿈을 요즘 계속 꾼다. 학생들이 묻는다, “2주 연속 과제형 온라인 수업이 학교 수업입니까? 방학은 왜 있습니까?”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학교는 오지 말라고 하면서 학원에 가는 것은 묵인하는 게 이 나라 학교이다. 그리고 교사들은 상점과 벌점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고 있다. 학생들은 2020 학년도 하계 방학을 어떻게 정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