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포항시민들이 단단히 화났다.

최근 포항지진 발생의 직접 원인으로 밝혀진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기를 매각하는 과정에 보인 정부의 방관적 태도에 불만이 있던 주민들이 시행령 개정안에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이번에는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난 22일 포항시 흥해읍에서는 주민 1천여 명이 모여 ‘포항촉발지진 특별법시행령 개정 시민의견 반영 촉구시민궐기대회’를 열었다. 참석한 주민들은 “포항지진은 정부의 잘못으로 벌어진 인재인데도 이제와서 포항시민을 난민 취급한다”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특히 특별법 시행령에 명시된 피해 부분에 대해 배·보상이 아닌 피해 지원금으로 표기해 정부는 책임에서 빠져 버렸다고 비난했다.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매우 소극적이며 늑장 대응을 해왔다.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과정만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정부는 일찍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결론 났음에도 단 한번도 공식적 사과를 않았다.

최근에는 촉발지진의 유일한 증거물인 시추기가 헐값에 처분되는데도 대응 조치도 않아 포항시민의 분노를 샀다. 9월부터 시행될 시행령안의 보상 문구를 배·보상이 아닌 피해 지원금으로 한 것도 포항지진에 대한 인식을 가볍게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정부는 책임에서 빠지고 보상은 적당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포항시민들은 촉발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심적 물적 피해를 겪었다. 아직 임시 보호소에서 거주하는 사람도 있다. 포항지역의 집값이 떨어지고 관광객이 찾지 않아 시중의 경기는 바닥을 헤맸다. 포항시민의 다수가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정부조사단은 “포항지진은 진앙지 인근에 있는 지열발전소의 물주입 과정에서 일어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지열발전소는 국가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곳이다. 엄격히 따져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포항지진에 대해 정부는 좀 더 전향적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의 항의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 위자료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3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수용 의지만이 문제를 원만히 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