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1
넥스지오·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지반 2㎞ 하부 화강암 분포로
2천 마력급 필요했지만
예산 증액에도 1천500마력 구입

의혹2
넥스지오, 시추기 매입·임대 과정
자회사에 불법 임대차 계약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비호 정황
“시추기 철거는 증거인멸 시도”
시민들 “결사 저지” 강경 입장

지난 20일 포항시의회 의장단들이 지열발전소를 방문해 시추공 철거 반대를 촉구했다. /포항시의회 제공

포항지열발전소 시추장비 철거가 지역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11·15 포항촉발지진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는 시추장비가 매각돼고 철거작업이 시작되자 포항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는 (주)넥스지오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이 시추장비를 서둘러 매각한 데 대해 증거인멸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결사 저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4월 1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이 시추기 매각을 통해 묻혀버릴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는 ‘(주)넥스지오와 에기평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시추장비의 성능을 변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포항지역의 2㎞ 하부에는 단단한 화강암이 분포해 있는 지질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2천 마력급에 해당하는 시추장비가 필요했지만, (주)넥스지오와 에기평은 예산은 증액했으면서 시추장비는 급이 떨어지는 1천500마력급 시추기를 구매·임대해 시추작업을 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주)넥스지오와 에기평의 이러한 판단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밝혀질 때까지 철거작업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넥스지오 윤운상 대표 역시 “당초 계획대로 ZJ70(2천마력급) 시추기를 도입했다면 사업수행상 불안요소가 적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시추기 매입·임대 과정에서 나타난 (주)넥스지오의 수상한 자금 흐름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의 시추장비 제작업체로부터 104억원의 비용을 들여 시추장비(1천500마력급)를 구매해 (주)넥스지오와 20개월간 108억원의 시추장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A사는 사실 (주)넥스지오가 지분 100%를 소유한, (주)넥스지오의 자회사인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행정규칙인 ‘산업기술혁신사업 사업비 산정, 관리 및 사용, 정산에 관한 요령’ 제10조(사업비 사용기준)에 따르면 사업 수행기관은 법인격으로 분리돼 있으나, 인적·물적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기관들 사이에서는 사업비 집행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 (주)넥스지오는 자회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개발사업의 기획에서부터 평가 등 모든 부분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에기평은 이를 눈감아준 정황이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지적됐다. 현재 해당 부분은 형법상 횡령에 해당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적된 감사사항과 추가된 의혹을 해결하기 전까진 핵심 증거인 시추장비를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항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는 올해 4월에 발표됐고, 시추기는 그보다 2개월 전인 지난 2월에 매각됐다. 그보다 또 2개월 전인 2019년 12월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지질자원연구원 원장 등 관계자들이 모여 감사마감회의를 했다”면서 “이미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관계기관들이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을 포항시민들만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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