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전현직 고위당국자들이 화상세미나로 고인이 된 백선엽 장군을 추모했다. 국가보훈처는 대전현충원 홈페이지 안장자 정보에 백 장군을 ‘국가기관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됐다’로 등재했다. 백 장군의 삶을 도무지 입체적으로 평가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속물적 진영논리와 확증편향이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있는 형국이다.

주한미군전우회(KDVA) 회장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장만한 추모세미나에서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는 “그(백선엽 장군)는 한국의 최고, 한미동맹의 최고를 상징했다”고 평가했다. 백 장군을 ‘친일인사’로 비판하는 쪽에서는 ‘간도특설대’ 경력을 넘어서 과거 사학비리 연루·아들과 강남빌딩 소송전까지 소환하면서 고인을 깎아내리고 있다. 박경석 예비역 준장은 “낙동강 전선이 240㎞를 지킨 건 8개 사단이었으니 백선엽은 그 중 8분의1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공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백 장군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그가 ‘간도특설대’에 부임한 1943년에는 만주 독립군 모두 러시아나 중국 내륙으로 이동해 없었다는 상황을 부각한다. 백 장군 역시 “독립군은 구경도 못 했다”고 증언했었다. 이 증언에는 귀를 막은 채 ‘독립군 토벌’이란 오명만 덧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백 장군이) 한국전쟁을 전후해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본국으로 소환해 달라는 서한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일은 어이가 없다. 노영희 변호사가 방송에서 “백선엽, 우리 민족 북(한)에 총을 쏴 이긴 공로로 현충원에 묻히느냐”고 한 말은 아적(我敵)을 헛갈린 망언이다.

여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일이 문제가 되자 자살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자고 욱대겨서 시민 조문까지 받게 했던 민주당의 이중적인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균형 잡힌 시각으로 공과를 평가해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악한 확증편향이 국격을 떨어뜨리고 온 국민을 자꾸만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