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마련된 실업급여제도의 빈틈을 노리는 일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중독’에 빠져서 ‘놀고먹는’ 잔꾀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상습적인 실업급여 반복수급을 막기 위해 1인당 실업급여 수령 횟수 제한을 검토하기로 하고도 시행을 미루기로 한 것은 옳지 않다. 건전한 근로의욕을 망가뜨리는 일부의 행태는 잠시라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모두 1조1천103억 원이었다. 두 달 연속 1조 원대로서 5개월 연속 사상 최대를 경신한 수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 소요 전망’ 보고서는 올 연말까지 실업급여 수급자를 184만 명, 지급 총액은 12조6천억 원으로 추산해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전액 소진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작년의 경우 실업급여를 받은 110만7천여 명 중 급여지급 기간(90~240일) 안에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불과 25.7%(28만4천여 명)였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 월 실업급여(최저 181만 원)도 최저임금(179만 원)보다 높았다니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올 4월까지 실업급여 수급자 중 지난 3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8년 3만 4천516명, 2019년 3만 6천315명이었는데, 이 속도라면 올 연말까지는 무려 6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7개월 정도만 일한 뒤 그만두고 4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으면 1년 중 5개월은 일하지 않고 놀면서도 연봉 2천만 원 수준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법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실상을 면밀하게 분석해 효과적인 개선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실업급여가 ‘눈먼 돈’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그릇된 풍토를 바로잡을 정밀한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업시장이 어려우니 당분간은 그냥 두겠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허점을 악용해서 빼먹은 빈 곳간 때문에 정말 급박한 국민이 구제받지 못한다면 그게 더 큰 불합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