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료원 ‘감염병전담’ 낙인에
환자 급감해도 돌파구 없어 시름
개인 병·의원, 인력감축·폐업도

코로나19 장기화에 경북도내 중소병원들이 환자 수 급감으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직원 수를 줄이거나 급여를 깎는 등 여러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병·의원일수록 마땅한 돌파구가 없어 시름만 깊어간다.

‘코로나발’ 존폐 위기는 병원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동네의원과 같은 1차 의료 기관이나 중소병원은 물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온 공공의료기관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28일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외래진료 정상운영에 들어갔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환자 수가 60%가량 감소했다. 여러 질환 중에서도 특히 정신과 진료환자 수가 크게 줄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 특성상 한번 병원을 옮기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지난 2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포항의료원은 약 3개월간 일반 환자 진료를 포함해 건강검진센터나 장례식장과 같은 부대시설 운영을 중단했다. 자체 선별진료소 운영에 따라 장례식장을 탈의실로 사용하면서 손실액은 불어났다. 정부의 전담병원 보상액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비용 정도에만 맞춰져 있어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상운영까지 회복되는 기간에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손실액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예방과 환자 진료에 앞장섰지만, 돌아온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최근 경북도에서 특별교부세를 긴급 지원했지만 이는 그동안 비어 있던 병상에 대한 손실보전액 정도로 사실상 외래진료를 보지 못하고 부대시설 운영 중단에 따른 손실은 그대로 떠안게 됐다”며 “정상진료를 재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다는 낙인에 좀처럼 환자들이 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던 지난 3월과 4월에 외래진료 및 입원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이달 들어 지역사회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외래진료 환자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 병·의원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가 대구·경북·광주·전남지역의 1차 의료기관 281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가 지난 2월에는 16.3명(-16.8%), 3월은 35.0명 감소(-34.4%)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매출액은 2월 680만5천원(-10.2%), 3월은 2천926만1천원(-35.1%) 줄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임금을 줄이거나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고 영세한 동네 병원은 한 달 만 환자가 끊겨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포항시 북구 양덕의 서울아동병원은 경영난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지난 3월말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남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근무했다는 간호사 A씨(27)는 “불특정 다수가 방문하는 병원 특성상 감염병이 확산하면 자연스레 환자 발길이 끊긴다”면서 “병원에서도 수익이 없으니 최소 인력만 남기려고 무급휴직 조치 후 권고사직을 제안했다. 4월말께 직장을 그만두고 당분간 일을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들의 경영악화에 정부는 5월분까지 적용할 예정이었던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을 6월분까지 적용하는 등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의료계에서는 지원책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의료계 인사는 “의료기관은 아직 환자와 사투를 벌이는 최전방”이라며 “의료진과 직원들이 고생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버틸만한 여력이 거진 소진됐다고 봐야 한다. 코로나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장들이 융자를 받으러 은행을 뛰어다녀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