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는 역사 속 사실 여부를 떠나 한 나라가 망했던 비극적 운명의 스토리로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약 10년 동안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왔던 성곽이 트로이 목마 속에 숨겨졌던 군사에 의해 성문이 열리고 급기야 나라가 망하게 되는 트로이 비극과 유사한 고사가 중국에도 있다.

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이 촉(蜀)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욕심 많은 촉왕의 심리를 이용했다는 내용이다. 혜왕은 그의 신하로 하여금 소를 조각하여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 넣고 ‘보석의 소’라 명명했다. 그리고 이를 촉왕에게 우호의 예물로 바칠 것이란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들은 촉왕은 신하들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보석의 소를 맞이하기 위해 백성을 동원해 길을 만들었다. 보석의 소가 온다는 날 그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직접 마중까지 나왔다. 보석의 소와 함께 숨어온 수만명의 진나라 병사에 의해 촉왕은 사로잡히게 된다.

중국고사 소탐대실(小貪大失)은 보석의 소에서 유래했다. 무릇 작은 것에 현혹되어 큰 것을 놓치게 된다는 교훈의 뜻이다.

세상의 일은 세옹지마(塞翁之馬)여서 사람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에 부닥친 일을 현명하게 판단하고 바르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군위군과 의성군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를 둘러싸고 양보 없는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미 주민투표를 끝낸 상황에서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의성군과 군민의 뜻이 아니라는 군위군의 주장이 맞붙어 신공항 사업이 자칫 물 건너갈 판이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을 위한 대의적 사업이다. 지역의 명분만을 쫓다가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하는 것 아닐까 싶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