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탈북인들이 날리는 대북 전단을 빌미로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던 북한의 공세가 김정은 북한 군사위원장 말 한마디에 잦아들었다. 그러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 “경박하고 우매한 행동”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북한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냉탕-온탕 수법에 우리 정부·여당은 무력한 모습이다. 북한의 ‘남한 길들이기’ 작전이 먹혀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 원색적인 비방을 쏟아내면서 시작된 남북의 긴장 국면은 모두를 난감하게 만드는 사태였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대남 ‘삐라’ 공개, 비무장지대 일대 대남 확성기 재설치 등 북한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앞세워 한동안 도발 행동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돌연 모든 것을 중단했다.

그러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을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을 겨냥했다. 김영철은 담화에서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기회를 틈타 체면을 세우는 데 급급해하며 불필요한 허세성 목소리를 내는 경박하고 우매한 행동을 했다”며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격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한 방송에서 “김여정의 독주를 당과 군이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정리하는, 말하자면 ‘굿 캅-배드 캅’으로 역할 분담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교란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여당은 물론 정치권 모두가 북한의 분탕질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냉·온탕을 뻔질나게 오가는 유례없는 비정상 국가의 변덕 놀음에 놀아나는 모습은 하루빨리 극복돼야 한다. 진보정치권의 ‘낭만적 평화론’이 문제다. 굴종으로 바꿔먹는 평화는 결코 영원할 수가 없다. 강력한 국방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가짜다. 불붙은 레인지 위 냄비 속 개구리 운명에 몰려 있을 지도 모를 우리 국민이 참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