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수 신부 <br>대구가톨릭 치매센터 원장
정석수 신부
대구가톨릭 치매센터 원장

시간은 찰나의 봄을 지나 푸른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계절은 이렇게 변화를 주는데, 달갑지 않게 다가온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형태를 많이 바꾸어놓았다. 텅 빈 베드로광장, 한산한 거리, 비어 있는 학교 운동장, 그 빈 공간을 마주보며 마음이 아프다. 빈 무덤! 그곳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얼마나 공허했을까. 사랑하는 이의 죽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이지만 그분의 시신도 없어진 빈 무덤! 생각지도 못한 일을 마주하며 가슴이 얼마나 헛헛했을까.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내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병고와 가난이다”라고 했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것인데, 왜 그는 이런 말을 하였을까. 먹고 살기 위하여 더 가지기 위하여 바빠 본질적인 것을 놓치는 무한질주의 현실에서 가난과 고통은 삶의 브레이크와 같다고 할 것이다. 즉 그것은 다시금 본질, 하느님을 바라보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한다.

도공들은 정성껏 준비한 그릇과 항아리들을 불가마에 넣는다. 그것들이 높은 온도의 불길에 예상도 못한 흔적을 남기기도 하여 뛰어난 작품이 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찌부러지기도 한다. 고난과 실패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고난에 맞을 용기를 청하자.

예수님은 고별사에서 고난에 맞을 용기를 갖게 하셨을 뿐 아니라 평화를 얻게도 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떠남, 그 빈자리에 오실 성령을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제자공동체에 말씀하셨다.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예수님은 떠나시면서 보내신 성령을 통하여 우리는 낙원을 되찾게 되고 하늘나라에 오를 수 있게 된다. 가톨릭교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준비시키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사람들을 도와 그리스도께 이끌어 주신다. 또한 성령께서는 믿는 이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보여 주시고, 그분의 말씀을 상기시켜 주시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하도록 정신을 열어 주신다.”

헬렌 켈러는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다만 우리는 닫힌 문을 너무 오래 바라보느라 열린 문을 보지 못할 뿐이다.”라고 했다. 닫힌 현실의 문만을 바라보고 있지 말고 주님께서 열어주신 부활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성령의 도움을 청하자.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새로운 만남을 준비시키시고 은총으로 사람들을 도와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