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한반도 평화지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청와대는 17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방에 대해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높은 수위의 대북 비판 메시지를 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그동안 남북 정상이 ‘봄이 온다’, ‘봄이 왔다’며 펼쳐왔던 ‘평화’ 쇼의 실상이 드러난 셈이다. 진정한 ‘평화’는 강력한 국방력만이 보장한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연설을 맹렬히 비토했다. 김여정은 성명에서 ‘구접스럽다’, ‘잘난 척’, ‘꼴불견’이라는 막말을 총동원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측이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을 어떻게든 달래보기 위해 애를 쓰던 청와대는 김여정의 연이은 문 대통령에 대한 욕설 비난에다가, 이례적으로 비공개 특사제안까지 폭로하자 내부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며칠 전 일본 교토통신은 나가사키대 핵무기근절연구센터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가 지난해 20~30개에서 올해 35개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북한의 평화 쇼가 핵무기, 미사일 개발의 시간을 벌기 위한 술수라는 분석은 꾸준히 대두됐었다. 문재인 정권이 ‘북핵폐기’를 명분으로 추진해온 대북 유화정책은 김정은에게 철저하게 이용만 당한 셈이 되고 말았다.

강한 무력이 준비되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를 구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류 역사는 역력히 증명한다. 북한의 핵무장이 말도 안 되는 지구촌 유일무이(唯一無二) 독재국가의 온존을 여태까지 보장하고, 앞으로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빼 아픈 역설이다. 비대칭 군사력인 ‘핵무장’까지 포함하는 국방력 확보에 더욱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대북정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