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했던 일들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다. 국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당의 ‘속수무책’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당 독주’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존재감을 깡그리 무시당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말로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가늠키 어렵다. 통합당은 어찌해야 하는지 짚어보는 일도 간단치 않다.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구조가 빚어낸 참변은 너무나 혹독하다. 지금 이 나라 민주주의의 앞날은 ‘예측 불가’다.

민주당이 15일 단독 국회를 열어 21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윤호중)을 비롯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완료했다. 제1야당 불참 속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가 진행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에 처음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유일하게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1948년 제헌국회 이래 국회에서 상대당의 동의 없이 상임위를 일방적으로 배정한 적은 없었다”며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항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과 함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의원 20여 명은 16일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상임위원 배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무기력한 모습이다.

민주당의 행태는 국회 종다수라는 우세를 바탕으로 하는 ‘야당 길들이기’가 목적일 것이다. 21대 국회 초장부터 제1야당과 지지층에 ‘무력감’을 심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절대다수’의 힘으로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선민사상(選民思想)에 찌든 친문 지지자들도 ‘일당독재’를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흔히들 ‘민주주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시끄럽고, 느리지만 반대와 소수의견을 존중하는 게 곧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추구하던 통법부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만 바라보는 ‘군사작전’은 민주주의를 외쳐온 사람들이 탐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양동작전이 또 시작된 느낌이다. 국회에서 ‘야당’이 지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