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밀러 감독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 드라마는 단순하다. 영화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밀어붙이는 속도감으로 인해 스토리가 있었는지, 굳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의 되새김보다는 강렬했던 이미지들이 남아 그것들의 조합으로 남는다. 의미보다는 이미지가 먼저 다가와 오랫동안 강렬하게 남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고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시작해 황량한 모래벌판을 내리 달린다. 모래 먼지와 모래 폭풍, 화염과 기괴한 모양의 자동차들이 질주하며 부딪치고 폭발한다. 그 사이로 인간들은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며 질주한다. 거칠지만 아름답고, 기괴하지만 ‘리듬’을 가진다. 이 리듬이 강렬한 이유는 ‘속도’에 있다.

맹렬한 속도와 강렬한 에너지를 가진 무언가가 옥죄었던 모든 것을 풀어 헤치고 거침없이 질주한다. 속도는 자동차의 엔진과 함께 한다. 시동을 걸면 질주하고 시동을 끌 때 영화 속 모든 이들은 잠시 숨을 고르거나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속도를 가진 리듬은 점점 더 강렬해진다. 내연기관의 강도에 따라, 그 강도의 리듬을 타고 영화가 흘러간다. 뿐만 아니라 황폐한 미래의 지구에서 이들이 가늠하는 시간도 내연기관의 엔진이 식어가는 정도와 내연기관으로 달려가는 거리로 측정된다.

단순하게 속도를 가진 리듬만으로 이 영화가 주는 액션을 표현하기에는 미흡하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강도를 더해가는 액션만으로 채워졌다면 지루한 자극만으로 이어진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황량한 모래 벌판의 배경은 단순한 풍경으로 지루함을 더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잡다한 요소를 제거하고 오로지 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이 되었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가 주는 쾌감과 속도감이 남다른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밀도’에 있다. ‘속도를 지닌 리듬’이 ‘밀도감’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드라마에 많지 않은 대사들.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액션의 이유가 구구절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불친절하거나 어설픈 구성으로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우선 내리 달리고, 달리면서 부딪치고 폭발하면서 단순한 드라마에 강렬한 이미지를 채워넣으며 시종일관 질주한다. 핵전쟁으로 인류 대부분이 사라진 황폐한 세계 속에서 오로지 “유일한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라는 맥스의 대사처럼, 살아남기 위해 질주하고 부딪치며 생존할 최소한의 액체를 쟁취하기 위한 속도, 리듬, 밀도가 가득한 향연이다. 결핍과 생략, 단순함의 선택이 효율성으로 자리잡는다. 이것이 액션을 쉼없이 나열하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은 점이며, 그 많은 액션 중에서 단 한 순간도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래와 바람, 불과 쇳덩이로 이루어진 자동차, 그리고 살아남은 몇몇의 인류가 황량하고 거친 모래사막을 질주한다. 질주의 이유는 등장하는 모든 것들과 대비되는, 생존의 기본이 되는 액체를 얻기 위함이다. 황폐한 사막에 대비되는 물과 불을 만들고 쇳덩이로 이루어진 자동차를 움직이는 기름과 기괴한 착취의 상징인 피와 모유를 통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건조함과 촉촉함의 강렬한 대비다. 다채로움과 속도감에 리듬을 더하고 거기에 밀도를 채워넣는다. 그리고 이것들에 방해되는 모든 요소들은 단순화시킨다. 등장하는 인물의 사연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으며,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을 구체화시키지 않는다. 영화 속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멈춤에 대한 두려움이 더 강하다. 내연기관이 멈췄을 때 그들은 불안해 했고, 그들의 목표는 아득해진다. 반대로 속도 속에서 안정을 찾고, 속도의 정도에 따라 희망과 목표가 더 강렬해진다.

‘시타델’이라는 물이 있고 식물이 자라는 지배와 착취의 세계에서 출발한 영화는 ‘녹색의 땅’이라는 생명과 자유의 땅으로 핸들을 돌린다. 그리고 이상의 도피처가 황폐해져 버렸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그곳을 반환점으로 다시 출발점(시타델)으로 향한다. 강렬한 대비의 요소에 시작점에서 출발해 시작점에서 끝나는 순환과 반복의 영화다. 이는 희망없는 미래에 반복을 통한 문명의 단초를 놓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보다는 오직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유일한 목표를 강렬한 액션의 향연으로 목도하는 영화다. /문화기획사 엔진42대표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는 네이버와 구글플레이, IPTV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