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적막강산이던 학교가 드디어 활기를 찾았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교사들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분명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야 할 학생들의 소리는 모니터 안에서만 맴돌았다. 교실이 힘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학교에 아이들이 돌아왔다.

물론 지금의 등교 수업을 교사라고 다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EBS 수업을 자신의 수업인 것처럼 제공한 교사 중 일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스크 쓰고 수업하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지 알기나 아나.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온라인에서 EBS 수업 틀어주고 학생보고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

차마 학교 수업이라고 말할 수 없는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진 지난 몇 달 동안 학교는 교육수요자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필자가 만난 많은 학생의 이야기이다. “시험 기간에 학교에 가서 시험만 치면 되잖아요. 지금도 대부분 EBS 듣고 있어요. 학교에서 도와주지도 못할 거면서 왜 학교에 오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들 학생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말해주는 언론 보도 자료가 있다.

“원격수업 방식은 기대만큼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가 교사 22만4천여 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 쌍방향으로 원격수업을 한 교사는 5%뿐입니다. 독후감 등 숙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이 10%, EBS 강의 등을 보는 ‘콘텐츠 활용형’이 40%였습니다. 나머지 43%는 혼합형인데 과제형과 콘텐츠형을 섞은 교사가 대다수였습니다. (….)”

교육부 자료가 말해주듯 지금까지 학교에서 해 온 온라인 수업은 수업이라고 할 수 없다. 교육부 어느 관계자가 필자에게 말한 것처럼 학습 도움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 정부와 관련 있는 교육평론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당 언론은 기사 제목을 “한국 온라인 수업 짱”이라고 달았다. 웃기지도 않는다.

“다른 나라 대비 굉장히 잘 됐습니다. 지난 3월 (….) 영국 고등학교를 둘러봤습니다. 쌍방향 실시간 수업을 잘하는 곳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만큼 보편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어요.”

그에게 묻고 싶다, EBS 틀어주는 것이 보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인지?

산자연중학교는 지난주 월요일에 전국에 주소를 둔 전교생이 모두 등교했다. 처음에는 우려도 컸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등교 다음 날 교육청의 도움으로 전교생과 강사 선생님을 포함하여 전 교직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검사자 전원이 음성이 나왔다. 검사 전후 학교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검사 전에는 서로를 못 믿었다. 불신은 교육 활동을 위축시켰다. 하지만 검사 후 학교 교육 활동은 정상을 되찾았다.

전 국민 재난 지원금 등 천문학적인 국가 돈이 풀리고 있다. 물론 모두 빚이다. 이왕 빚내서 하는 빚잔치라면 가장 시급한 전 국민 코로나 검사부터 하면 어떨까! 전 국민이 어려우면 전국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부터라도 하면 지금의 이 막연한 공포가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면 격주 등교 같은 해괴망측한 일은 안 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