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20일, 국회는 여야가 합의한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법안, n번방 방지법, 공인인증서제도 폐지를 위한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 100여 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기준으로 계류된 20대 국회 법률안 1만5천262건은 20대 국회 임기만료일인 29일 기점으로 모두 폐기된다. 통과된 법안 가운데는 논란거리도 있고, 박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민식이법이었다. 지난해 9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초등학생 김민식 군 사건 이후 국민적 관심 속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은 기준 속도보다 천천히 달려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운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해 과잉 처벌이란 논란을 불렀다. 결국 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져 30만명이 넘게 동참했고, 청와대가 해명에 나서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또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 앱으로 ‘스폰 알바 모집’같은 글을 게시해 중학생 등 미성년자들을 유인한 다음,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인 ‘n번방’사건을 막기위해 ‘n번방 방지법’역시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n번방 방지법이 국민의 사생활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더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명처럼 이 법이 공개정보에만 적용된다면 텔레그램에서 발생된 n번방 사건도 막을 수 없어 n번방 방지법 자체가 의미 없다는 지적도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날 통과된 과거사법 개정안과 김관홍법은 때늦었지만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우선 과거사법으로 인해 2010년 임기만료로 해산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새로 출범하고, 형제복지원 사건과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 발생한 국가 인권유린 사건들에 대해 진상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 4·16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섰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민간 잠수사를 피해 구제 범위에 포함하는 법안인 ‘김관홍 잠수사법’ 역시 시대의 아픔을 보듬은 법안으로 평가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들은 3개월여 사투를 벌여 희생자 235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으나 골괴사 등 잠수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독립 및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충, 자치단체 부단체장 증원, 특례시 제도운영 등에 관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자치경찰 보강을 통한 자치기능확대를 보장하는 통합경찰법개정안 등이 또 다시 폐기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분권형 개헌’이 무산된 후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후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당초의 국정목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