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노출사진 올린 청소년
개인정보 확보 후 성착취물 제작
1번방 입장료로 문화상품권 받아
조주빈과 달리 범죄수익은 없어
2015년 7월부터 유사범행 시작
보육기관서 사회복무요원 근무도

텔레그램 ‘n번방’의 최초 개설자(대화명 갓갓) 문형욱(24)이 대화방 10여 개를 개설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제작한 성 착취물을 유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4일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해 신상을 공개한 문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씨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자신의 신체 노출 사진을 올리는 아동·청소년에게 접근, “경찰에 신고됐는데 도와주겠다”면서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를 확보한 뒤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여가부 산하)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내사에 착수, 국제공조 등 모든 수사기법을 동원해 문 씨를 추적했다. 지난 9일 문 씨를 소환해 10시간 가량 조사를 벌였지만 “성착취물을 다운받은 적은 있지만, 자신은 ‘갓갓’이 아니며 성착취물을 제작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장기간 수집·분석한 디지털 증거를 토대로 추궁하자 문 씨는 조사 6시간 만에 “내가 갓갓이다”라고 자백했고 긴급 체포돼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문 씨는 지난해 2월부터 n번방으로 불리는 1∼8번방 등 12개 가량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사’ 조주빈과는 달리 범죄 수익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1번방 개설 당시 입장료(1인당 1만원씩)를 문화상품권으로 받았고, 이후 개설된 방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입장료로 받은 문화상품권을 피해자에게 주기도 했다.

김희중 경북경찰청 제1부장은 “피해자에 문화상품권을 주면 말을 잘 들을 것 같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 같아 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쓰면 추적을 당할 거 같아 피해자에게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9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줬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 49만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의 자백을 이끈 직접적인 증거는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다. 문 씨는 ‘박사’ 조주빈이 검거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소지하고 있던 디지털 증거를 초기화하거나 증거를 파기·인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문 씨는 공범을 SNS로 모집해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행하도록 지시하는 방법으로 성착취물 3천여 개를 제작했다. 앞서 경찰은 공범 4명을 검거해 그 중 3명을 구속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10명이지만, 문 씨는 피해자 수가 50여 명이라고 진술해 경찰은 앞으로 추가 피해자를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이 확인한 범행 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이지만 문 씨는 2015년 7월부터 유사한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2017년께 보육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제1부장은 “문형욱은 범죄수익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범행동기는 성적 취향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여죄와 공범, 범죄 수익 등을 철저히 밝힐 방침이다”며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업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구매·소지한 피의자에 대한 수사도 계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문씨를 비롯해 그동안 디지털 성 착취 사건 제작자와 유포자, 소지자 등 모두 165명을 검거해 7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오는 18일 문 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안동경찰서에서 나오는 모습을 통해 얼굴을 공개할 예정이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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