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힘써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을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에서 뜨겁다. 심지어 윤미향 당선자는 페이스북에 “딸이 여러 언론의 취재를 받고 있다”면서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라고 적어 ‘조국 방패’를 내세웠다. 조 전 장관 때처럼 해명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인데, 이런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기보다 일부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한마디로 정치적인 공세라는 주장으로 맞서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진보진영에서 위기에 처하면 조국 전 장관을 방패로 소환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해 1월 조국 전 장관의 의연한 모습을 보고 총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으로 편지글을 띄웠다. 진보 진영에서 목소리가 큰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의 지원을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부 기자로서 오랜 세월 지내온 필자는 정치권이 서로 상대방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에만 열을 낼때면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듯한 느낌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과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어떤 사람이 공금횡령이나 비리의혹이 있을 경우 어떻게 처리하면 되는 지 방법이나 절차는 너무 뻔하다. 객관적인 3자의 검증을 거쳐 의혹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있는 대로, 그렇지 않으면 않은대로 처리하면 된다. 그게 상식이다. 다른 길로 빠질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정치판에서 한쪽 당 구성원이 당 이미지를 크게 깎아먹을 만한 사고를 쳤을 경우 상황은 확 달라진다. 구성원이 했다는 잘못에 대한 즉각적인 진상조사나 당사자의 사과 등의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 오히려 잘못을 부인하는 당사자의 주장을 옹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예 여러 의원들이 함께 나서서 성명서 등을 통해 상대 당쪽의 주장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상대방이 잘못을 구체적으로 꼬집어 지적해도 거기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지 않고 그런 것은 추후 수사당국 등에서 조사하면 밝혀질 일이니 이러쿵저러쿵 뒤집어 씌우지 말라고 부르짖는다. 그런 공방 와중에 여론이 조금 수그러들면 슬그머니 사고친 당사자에게 가벼운 징계를 먹이고, 수습을 시도한다. 뜨겁던 비난열풍이 식었을 때 쯤이면 언론에서도 새삼스레 악을 쓰며 비난하기 쉽지않다는 걸 노리는 것이다. 이런 물타기 전략은 정치권에서 매우 흔한 반면 유용하다. 윤미향 당선인의 기부금 횡령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 역시 이같은 도식에 너무 잘 들어맞는듯 보인다.

14일에도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과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등 16명이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야당이 제기한 회계 부정 논란에 대해서는 ‘제도적 개선 대상’이라고 치부했다. 과반을 훨씬 넘어선 여당의 조국 방패가 너무 두껍고 단단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