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오래전 6·25 남침을 ‘통일전쟁’이라 부르고 미국의 참전을 맹비난하며 반미 활동과 친북 활동을 하던 서울의 모 대학 교수가 있었다. 그는 사상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일인 시위를 하였고 보안법 철폐를 요구하기도 헀다. 사상의 자유가 전혀 없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보안법인데 이를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참으로 모순된 행동으로 생각되었다. 미국을 특히 격렬히 비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 본인 자신도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것은 물론 두 아들을 모두 미국에 유학을 보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게 하였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일제 동원 위안부를 위한 기부금 남용에 관하여 논란을 빚고 있는 사건이 있다. 그런데 해당 시민 단체 대표도 미국의 국내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사사건건 반미를 하였고, 남편은 조총련 관련 단체로부터 돈을 받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았던 인사이다. 그런데 그분도 딸은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 대학의 음대에 유학을 보냈다고 한다. 반미를 부르짖는 분이 어떻게 유학비용을 마련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보낼 수 있는지 의아스럽지만 남편 국가 보상금으로 유학 비용을 대었다고만 하고 반미와 관련된 미국유학 동기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북한유화정책을 추구하며 반일, 반미 정서가 강한 진보정당들의 지도자들도 그들 자신도 미국서 공부하고 자녀들도 미국 유학을 보내는 경우를 흔히 본다. 유학을 보내는 건 글로벌 교육화 시대에 잘못된 것은 없다. 포스텍도 프랑스, 미국, 독일 학부 교환학생이 들어와 있는 것은 흔한 풍경이고 대학원에서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학부든 대학원이든 거의 10%가 넘어서는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필자가 졸업한 일리노이 대학은 영어로 UIUC(U of Illinois at UC)라고 하는데 이를 U of India, U of China로 농담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 정도로 외국인 학생이 많고 이건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이러한 시대에 미국으로 유학보낸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좌파성향의 인사들은 반미, 반일을 부르짖으며 지속적으로 우방을 폄하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기 자녀들은 미국에 유학을 보낸다는 자기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등 교육을 외치는 전교조 교사들이 자녀들 미국 유학을 연구하다 미국 대학 전문가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미국과의 FTA 체결을 그토록 비판하던 그들이었다.

물론 미국 유학을 보낸다고 하여 미국을 비판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문제는 정당하지 못한 이유로 미국을 비판하면서 막상 자식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미국을 이용하는, 그러한 자세는 극단적 자기중심적. 자기이익주의적 사고 방식일 뿐이다. 사회운동가들의 내로남불이 아닌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방식을 기대해 본다. 그러한 합리적 사고를 보여야 그들의 사회운동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