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총선이 끝나고 지역 정가는 광역·기초의회 의장단 선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반기 의장단 구성은 철저히 선수에 따른 투표가 주류를 이룬 것과 달리 후반기 의회 의장단 선거는 거의 인기투표에 가깝다.

전반기 의회기간 동료 의원들과 얼마만큼 소통하고 인간적인 유대를 가져왔느냐가 당선의 관건이 되는 분위기를 보여왔다. 이로 인해 그동안 세간에 거론되는 인사보다는 의외의 인물이 종종 의장을 맡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등록 후보자가 없이 실시되는‘교황 선출식 투표’에 그 원인이 있다. 교황 선출 방식은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 후 15∼20일 이내에 전세계 추기경들이 참석하는 비밀투표인 콘클라베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 선출되는 방법으로 예상됐던 인물보다는 깜짝 교황이 선출되기도 했다.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러했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역시 세간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추기경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분들이다. 이런 방식은 니콜라오 2세가 교황 선출권자를 추기경들로 제한하는 선언을 했던 1059년에 시작됐으니 역사도 꽤나 깊다.

경기도의 한 기초의회 등 일부는 이런 교황선출식 의장단 선거를 후보출마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방법이 주류를 이루는 것도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물론 이 선거방식으로 인해 과거 쇼핑백 등 갖가지 잡음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구태의연한 행실은 통하지 않는다.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역시 교황 선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광역의회 의장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두고 광역의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욕심을 내볼만하지만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의욕이 앞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어느 정도 선수를 갖추고 동료 의원들과의 친밀도, 집행부 견제력 등이 당선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대구시의회는 전반기 선거 당시의 후반기 약속 여부와 선수파괴 등이 이슈가 되고 경북도의회는 이른바 일부 인사의 자질 문제가 대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광역의회에 의장단에 포함될 인사에 대한 하마평에 이어 일부 인사들은 벌써 물밑 작업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상대방을 음해하는 비방과 소문, 카더라식 인신공격은 여전하고 마타도어식 소문까지 등장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중에는 음주나 폭력 전과 등의 사실에 근거한 내용도 나오면서 일부 인사의 불가론까지 제기되며 본격적인 의장단 선출 시점에는 이전투구식으로 흐를 가능성마저 보인다. 이렇게 되면 소속된 당의 개입 빌미를 제공하고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돼 결국 당에서 지목한 인사를 선출하는 거수기로 전락하는 사례를 종종 봐왔다. 이는 당장 당 소속 의원들의 일사불란한 행보로는 비칠지 모르지만 의원들의 뜻과 정반대되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고 의원들간 선거 앙금으로 남는 등 불신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이런 점을 한꺼번에 털어내 의장단 선거로 진행되길 기대하는 것은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