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확진자 산발적 발생
젊은층 증상 약해 N차 감염 우려
초기 대응이 방역 성패 가를 듯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전국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산 여부에 따라 생활방역 전환 및 등교개학마저 취소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클럽은 밀폐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 소리 지르기, 음식물 나눠먹기가 이뤄지면서도 방문자를 100% 파악할 수 없는 ‘초고위험’시설로 분류된다. 접촉자 파악이 용이한 콜센터나 교회, 요양원, 병의원 등지에서 발생한 집단발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4∼5일간의 대응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이 또다시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기 위해 애쓴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국내에서 34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중 해외유입으로 분류된 8명을 제외한 26명 대부분은 이태원 클럽 관련자로 추정된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6∼8일 확인된 19명에 9일 신규 확진자를 더하면 이미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3∼5일에는 지역사회 감염이 한건도 없다가 황금연휴를 틈타 이태원을 거점으로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재확산하는 양상이다.

이태원발 확진자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까지 이태원 관련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서울(12명), 경기(5명), 인천(1명), 부산(1명)이었지만, 9일에는 충북, 제주에서도 확진자가 보고됐다.

이태원 집단감염은 방역당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신천지대구교회 이후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클럽 방문자들은 젊은층으로 활동성이 높고 이동반경도 넓다. 이태원 방문 후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약하고 비특이적이어서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 ‘N차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확진자 중 무증상 비율은 30%에 달한다. 집단감염 발생지가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황금연휴 당시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이태원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클럽이 작성한 명부도 부정확하다. 서울시는 이태원 관련 첫 확진자인 용인 29세 남성이 지난 2일 새벽 방문했던 클럽 3곳에서 1천936명의 출입자 명부를 확인했으나, 637명을 제외한 출입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1명에 의한 단일 전파가 아니라, 산발적인 전파의 연결고리들에 의한 집단감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우선 8일 오후 8시부터 한달간 전국의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에 운영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서울시는 9일 오후 2시에 시내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영업정지를 뜻하는 이조치는 무기한이다.

방역당국은 4월 29일 밤부터 5월 6일 새벽까지 이태원 일대 클럽 방문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대상자는 자택에 머물면서 보건소나 1339로 이태원 방문 사실을 신고하고 적극적으로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요청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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