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축하행사 모두 취소
예년보단 적잖이 한산한 모습
가족과 인근 공원·바닷가 산책
코로나 종식 기대하며 ‘소확행’

어린이날인 5일 오전 포항시 북구 청하면 월포해수욕장에 가족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이 푸른 바다에서 오랜만에 맘껏 뛰어놀고 있다. /이용선기자

코로나19가 동심마저 멍들게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매년 어린이날을 맞아 진행되던 축하행사들이 모두 취소됐다. 부모님들과 함께 참여해 즐기던 놀이나 체험마당도, 푸짐했던 선물 꾸러미도 없어졌다. 특정 장소를 찾는 수많은 인파도 사라졌다. 대신 가족끼리 모여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가거나 한적한 바닷가를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소확행’의 기쁨을 선택했다.

5일 오전 11시께 포항시 북구에 있는 환호 해맞이공원. 이곳은 매년 포항시 어린이날 큰잔치가 열리는 곳이다. 공원을 가득채웠던 해병대상륙장갑차, 소방체험장 등 수십가지에 달했던 각종 참여마당은 찾을 수 없고, 발디딜틈없이 빼곡하게 찼던 인적마저 사라져 한적한 모습이다. 어린이날 맞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공원에 나온 어린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환호공원 내에 조성된 환호성놀이터는 아이들의 위안거리였다. 아이들은 미끄럼틀과 시소, 정글짐 등을 타면서 신나게 놀았다. 부모들은 혹시나 모를 감염에 대비해 아이들에게 비닐장갑을 낀 채로 놀이기구를 탈 것을 권하며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나무그늘 아래에서 텐트를 친 뒤 그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박대용(40·북구 장성동)씨는 “아직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무서워서 텐트를 준비해 왔다”며 “아이가 두 달이 넘도록 밖에 나가지 못했는데 모처럼 만에 외출에 굉장히 행복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어린이날에 이곳에 오면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렸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없어서 어린이날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정오께 북구 영일대 해수욕장은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았다. 아이들은 백사장을 걸어다니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물장난을 즐겼다. 장미공원에는 자녀의 예쁜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고자 계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아이들의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잠시 뒤 신나게 놀던 가족들은 하나둘씩 근처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지로 발길을 돌렸다.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식당들은 모처럼 대낮에 손님들로 가득 찼다. 다만, 식사를 마친 후 일부 행락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갖고 있더라도 귀에만 걸고 거리를 활보해 일부 시민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대구지역 역시 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인근 놀이공원이나 백화점 등지로 사람들이 몰렸다. 5일 오전 대구 네이쳐파크. 교감형 생태 동물원인 이곳에는 방문하는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가득찼다.

이날 오후 대구 신세계백화점에도 가족단위 고객들로 붐볐다. 특히, 7층의 아동잡화 매장과 키즈 매장에는 오랜 집콕 생활을 탈피한 아이들이 모처럼 들떠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완구 매장과 게임 매장에는 선물을 사기 위해 방문한 가족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이재성(38·동구)씨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날인 어린이 날이지만 어린이들을 위해 행사가 취소돼 어느때보다 우울한 어린이 날이 된 것같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아이와 어른들이 웃음을 되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욱·이시라기자

    김재욱·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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