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포항시가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포항사랑상품권을 10% 할인 판매하자 상품권을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경북매일DB
지난 20일 포항시가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포항사랑상품권을 10% 할인 판매하자 상품권을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경북매일DB

지난 4월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하면서 1월 시점 전망치를 대폭 낮추었다. IMF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봉쇄(Great Lockdown)’가 확대되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성장하면서 내년까지 세계 GDP에서 9조 달러가 증발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는 기타 고피너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밝힌 것처럼 일본과 독일 양국의 GDP를 합한 큰 규모다. 그만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IMF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세계 경제가 2/4분기까지는 심각하더라도 후반기부터는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지난 1월 전망 당시 상정하였던 세계 경제의 성장경로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크지 않다고 전망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1.2%로 보는 등 선진국, 개도국 모두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내리면서 올해 세계 경제는 -3.0%의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에 더하여 IMF는 기본 시나리오 외에 3개의 리스크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하였다. 첫째, 기본 시나리오보다 감염사태 수습 기간이 50% 더 길어질 경우. 둘째, 내년에도 감염이 재발하여 올해 수준의 약 2/3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셋째, 앞의 두 개 위험이 모두 발생하는 경우다. 그만큼 코로나19의 감염 확산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일반적인 과거의 충격과 달리 노동 공급 감소와 사업장 폐쇄 등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생산성 하락 등의 연쇄효과로 인해 전염병 발생지역의 산업 활동과 소매업, 고정자산 투자 등 실물 경제가 빠르게 무너지는 것을 경계하였다.

이상을 고려할 때 IMF가 전망에서 채용한 기본 시나리오가 그대로 적중되더라도 올해 2/4분기까지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으며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 조짐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수석경제해설가 마틴 울프는 ‘지금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The world economy is now collapsing)’라는 4월 15일 자 칼럼에서 IMF가 ‘대봉쇄’라고 했으나 ‘대차단(Great shutdown)’이라 보아야 하며 봉쇄로 세계 경제가 하락한 것이 아니라며 IMF의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물자의 적극적인 국제 교류의 중요성과 함께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물류 흐름을 차단하는 행위가 세계 경제 회복을 저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그의 말대로 IMF의 전망이 낙관적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성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포항경제는 더 정도가 심할 것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IMF의 예측대로라면 글로벌금융위기 당시보다 그 진폭이 크고 회복속도는 더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포항경제도 당연히 주요 지표는 마이너스였다. 포항경제의 주력인 철강산업만 보더라도 피해가 컸다.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2009년 연간 조강생산량은 전년 대비 3.9%가 감소하였다. 철강 공단의 생산액과 수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3.5%, 8.8% 감소하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철강(제1차금속) 부분만 추출하여 살펴보면 하락 폭이 더 컸다. 철강 공단의 제1차 금속부문 생산액과 수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7.3%, 21.7%가 감소하였다. 당시 포항시 전체 수출액은 23.8%나 감소하였다. 이외에도 지역 건설과 운수업 등과 연관성이 높은 투자지표인 건축허가에서는 상업용과 공업용 건축 허가면적이 2008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전체 허가면적이 전년 대비 22.0% 감소를 기록하였다. 결국, 올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안 포항경제의 3대 천왕인 철강, 운수, 건설 등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내지는 그 이상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따라서 포항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경로로 최대한 빨리 회복하여 주력 기반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지역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재정자금을 투입하여 전국적으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대책과는 별개의 지역 독자적인 방책이 있어야 한다. 포항경제가 지금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해 나가려면 다양한 사업을 광범위하게 펼쳐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왔던 종전방식과 달리 굵직한 몇 개 사업을 선택하고 거기에 모든 역량을 일시에 쏟아부어야만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공황에 버금가는 지금의 위기상황에서는 미래의 신성장동력보다는 당장 지역 기반산업이 무너지는 것만은 막아야만 한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포항의 경제대책에서 최우선순위는 지진복구사업이어야만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지역 경제의 다양한 분야가 과거와 달리 위축되었던 최대원인은 포항지진이었다. 그동안 포항지진의 원인 규명과 특별법 제정 등이 지연되면서 커졌던 불확실성이 지역 경제주체의 소비, 투자심리를 하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지난해 말 포항지진 관련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진 특별법에서는 다양한 부분을 다루겠지만,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부 예산을 배정받아 집행할 수 있는 복구 재건사업이다. 지역에 자금이 풀리고, 지역기업이 참여하여 제대로 경제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분야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고 복구 재건사업을 추진할 때도 사업의 추진 방침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사전에 설정해 두어야만 한다. 반드시 지역기업, 그중에서도 철강 공단에서 생산하는 철강 자재를 듬뿍 사용하는 건축물 등의 설계와 시공을 채택하고,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진복구 재건사업을 일괄적인 단일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사업주에게는 경제성과 효율성은 높겠지만 최대한 소규모 단위사업으로 분리하였으면 한다. 사업 전체 조감도는 당연히 한 장의 청사진에 담아야겠지만, 공사 시행 구간과 단계를 최소 단위로 분리하여 지역 건설업체들이 건설 도급순위 등의 규모나 실적에 밀려 해당 사업에서 원천 배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주력 기반산업인 철강, 건설, 운수가 아예 독과점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특혜를 주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지역경제의 조기 회복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지금은 전시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시의회나 도의회에서도 한시적인 제한을 두더라도 지역업체에 우선권을 주는 특별조례를 제정하여 이를 뒷받침해 주었으면 한다. 다른 지역이라면 없는 사업이라도 만들어야 할 이때 포항에는 당연히 해야 할 복구사업, 재건사업 등 현안 사업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방역 관계로 즉각적인 건설사업 착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사태가 종식되는 즉시 복구 재건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둘 필요는 있다. 최대한 많은 철강, 건설, 운수업종의 지역업체들이 밤낮없이 지진복구, 재건사업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사전준비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이들 3대 업종의 지역업체들이 지역 내 사업에 참여하여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피해가 컸던 지역 소상공인, 골목상권 등의 경기는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듯이 저절로 생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의외로 포항경제는 빠르게 회복할지도 모른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