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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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또 안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지난 11일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것이 마지막으로 거의 2주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그가 안보인 적은 가끔씩 있었고 유고설이 있었지만 유유히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김정일 시절에도 있었던 폐쇄된 북한의 특유한 쇼맨십 정치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좀 느낌이 다르다. 김정은이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기념식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은 통치기간 8년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고 북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가 태양절이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이미지를 닮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온 김 위원장의 설명되지 않은 불참은 아주 이례적인 것이다.

또한 국내외에서 위중설이 제기되고 김여정 후계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북한 정부 당국과 매체들에서는 반박성명이나 공식 활동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보통 이 정도에서는 반박성명이나 공식 활동 사진이 떠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는 최근 태양절 기념 축전을 보내온 시리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답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답전을 보냈다는 단신일뿐 김정은의 모습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일부 매체들이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 보도를 흘리고 있다.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태구민 전 북한 런던공사나 국내 탈북단체들도 이번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CNN은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이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이 김정은의 유고에 대비한 광범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다고 미국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김정은 사망 시 수백만 명의 기아가 발생하고 주민들이 대거 중국으로 탈북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개입해 상황을 관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미 외교안보 당국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비롯해 피살된 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계구도와 관련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북한이 스탈린 사후 소련처럼 집단 지도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후계자가 나서든, 집단체제가 되든 비상사태가 초래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중요한 건 김정은 유고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상계획은 항상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과의 평화를 강조하며 휴전선 무장해제 등 해빙무드에 힘을 기울여 왔지만 한미 양국의 전력강화에 의한 철저한 비상사태에 대한 준비와 김정은 유고에 대한 전략적인 준비가 되어 왔는지 의문이다.

비정상적인 정권은 언제든 급변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많은 공산정권이 무너졌고 후세인, 카다피 등 독재정권도 결국 무너졌다. 그렇기에 이러한 공산독재 정권의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우리는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시간은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