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사건도 없다면 없다. 정당별 지역구 의석수, ‘더민’이 163, ‘미통’이 84석이다. 비례대표는 더불어시민당이 17, 열린민주당이 3, 합계 20에, 미래한국당은 19란다.

지도를 보면 면적으로 보면 핫핑크도 강원도 인근까지 제법 넓어 보이지만 파랑은 인구밀집 지역인 서울과 경기를 전부 도배하고 충청, 호남, 제주까지 ‘일통’했다.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옛날에 민자당이라는 게 생겨서 DJ 호남만 빼고 나머지 전부를 차지했던 일. 나는 충청도 사람이지만 정말 안 좋아 보였다. 이제 근 20년만에 영남만 빼고 나머지 전부를 ‘더민’이 차지한 형세, 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 민심의 크기든 정치적 힘의 크기든 너무 큰 것은 두렵게 느껴지게 마련.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나 하면? 그 하나, TBS 뉴스공장 김어준이 내 생각과 꼭 맞는 부분 있었다. 작년에 일본이 수출 규제 나섰을 때,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 했던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일본을 ‘넘어선’ 일에 연결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금의 정부, 그리고 한국의 위상을 재평가 하게 했고, 이것이 표로 연결되었다 본다.

또 하나, 역시 코로나19 관련, 경기도 지사를 비롯 현정부가 재난 기본소득을 나누어 주겠다고 하는 판에, 포퓰리즘이다, 근시안이다 하며 반대하고 나선 ‘미통’의 시대착오. 지금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근본적으로 보자, 멀리 보자는 말에 누가 귀를 기울이나? 옛날에 무상급식 파동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물러날 때가 오버랩 되는 상황.

이번 선거는 무엇을 의미하나? 너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뭣보다 DJ 구민주당 계보는 ‘정식’ 해체되었다고나 할까? 아니 ‘더민’의 이낙연을 생각하면 너무 노회한 박지원 대신에 ‘열린우리당’과 합친 그를 호남민이 선택한 격이다.

또 하나, 중도정치세력이 갈 곳 잃을 지경이라는 것. ‘이성 상실’ 지경의 위성 비례 정당 싸움에 ‘국민의 당’이 겨우 비례대표 3석에 낙착되고 말았다. 지난번 총선의 ‘국민의 당’을 생각하면 호남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말 실감 난다.

이제 이 나라 어디로 가나? 북한에서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선거 결과를 교묘하게 어떤 형태로든 벌충해 주는 듯한 형국. 코로나에 대응은 이 나라가 제일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닥쳐올 경제위기에 북한의 ‘급변’ 사태는 오리무중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새 이메일 주소를 하나 만들었다. ‘annocovid19’를 넣어서. 원래 서기 몇 년 할 때, 그게 AD, 즉 ‘anno domini’다. 코로나19 ‘이후’는 전과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생명이 가장 우선이고, 이 기준에 맞추어 모든 것을 새롭게 조정해 나갈 일. 이것이 정치 사회의 기본 되어야 한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