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끝나자마자
선거 참패 통합당 내부에서
‘영남권 2선 후퇴론’ 솔솔
지역 중진 중심 강력 반발
TK 중심 외연 확대 주장

“잡은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사실상 ‘25대 0’으로 석권한 대구·경북(TK) 지역 정치권의 처지를 빗댄 말이다.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 내부에서 ‘영남권 배제론’이란 말이 나오며 사실상 ‘팽’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남권 배제론’은 통합당 총선 참패에 대한 쇄신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영남권 배제론’이 ‘TK 2선 후퇴론’ 등으로 확대·재생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TK가 통합당의 호구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2일 통합당 내부에서는 ‘총선 참패 수습’과 관련, ‘영남권 2선 후퇴론’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승리을 위해서는 수도권의 표심을 얻어야 하니 영남권은 뒤로 빠져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수도권 20·40 세대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수도권 인사들이 당 전면에 나서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다.

동대문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혜훈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영남과 전국 민심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영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아무래도 영남 민심을 대변해야 하는 만큼, 우리가 더 얻을 필요가 있는 비영남 민심을 얻기 위한 방안은 의미가 있고 일견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성중 의원도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영남권으로 너무 치중되면 과거의 (좋지 않은) 선례가 있지 않나’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전했다. 일종의 영남권 배제론이다.

이에 대해 대구와 경북 일부 의원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역 의원들이 전면에서 당직을 맡는 것보다 당의 확장성 측면에서 영남당 이미지를 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논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통합당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은 “보수가 재건되려면 영남권 의원들이 2선으로 후퇴하고, 신선한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전멸되면서 대구·경북 지역 일당독점의 폐해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내년도 국비 예산 확보를 비롯해 향후 지역현안해결 및 예산, 인사 등에서 홀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TK지역이 미래통합당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준 대가로 통합당으로부터는 뒤로 빠지라는 ‘눈치밥’을 먹게 됐고,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는 예산과 지역 현안해결에 홀대 가능성까지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반면, 통합당의 특정 지역 배제론이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이러한 지적은 대구와 경북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은 “오히려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외연 확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선에 성공한 통합당 김상훈(대구 서) 의원은 ‘영남권 2선 후퇴론’에 대해 비영남권에 힘을 실어달라는 차원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경북매일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의 위기상황에서 당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서 그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며 “특정지역을 기준으로 누구는 조금 뒤로 물러 있어달라고 하는 것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도 “당이 비상상황에서 지역 의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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