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어디까지
대구·경북 주유소 석달째 하락
코로나 여파 에너지 수요 줄어
기름값 통계 2008년 이후 최저
5월 WTI ‘-37달러’… 오일쇼크
미국산 유가 첫 마이너스 기록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원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내려간 21일 오후 포항시 북구 청하면의 한 주유소가 휘발유 1천100원대, 경유 9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원유가격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원유 저장시설이 부족한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오히려 돈을 지급한다는 뜻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대구·경북 주유소 기름 값이 석 달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 일반휘발유·경유가격은 한국석유공사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발 국제유가 하락이 어디까지 국내 기름 값을 주저앉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대구지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천260.1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최고가였던 1천548.40원(1월 14일)과 비교해 리터당 288.22원이나 하락한 수치이며,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최저가다.

경북지역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이날 1천292.53원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최고가였던 1천557.36원(1월 25일)보다 리터당 264.83원 떨어졌다. 현재의 꾸준한 감소 추이를 보면 기존 최저가인 1천279.19원(2008년 12월 30일) 선도 곧 무너질 전망이다. 대구·경북지역 보통휘발유 가격은 1월 25일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휘발유보다 먼저 하락 전환한 자동차용경유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대구 1천68.93원, 경북 1천99.02원 등으로 집계됐다.

1천100원대 주유소도 등장했다. 이날 대구에서 보통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곳은 대구 북구 팔달로 215길에 있는 아스트로주유소(GS칼텍스)이며, 리터당 1천169원에 주유가 가능했다. 경유도 리터당 969원으로 지역에서 가장 저렴했다. 인근 북구 침산남로 224길에 있는 미니주유소(알뜰)도 같은 가격이었다. 경북지역은 경산시 압량면 대학로 754길에 있는 미니에너지(알뜰)의 보통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천14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11년 만에 맞은 저유가 시대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단계로 접어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에너지 수요가 줄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했고, 이는 기름 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 합의에 성공했으나, 기름 값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14.47달러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20.8% 폭락한 가격이다. 국제유가가 15달러 아래를 기록한 것은 1999년 3월 이후 21년 만이다. 오일쇼크는 이튿날 더 심해졌다. 20일에는 무려 55.90 달러 하락한 -37.63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다. 선물만기일(현지시간 21일)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급속히 얼어붙은 글로벌 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중동산 원유)는 20.78달러에 마감됐다. 올해 1월 64달러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3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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