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한 편을 외우고, 신나서 또 한 편을 외우고 이렇게 꾸준히 시를 읊조리다 보니 어느새 50편, 100편을 암송합니다. 400편을 암송하자 시를 외우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무료할 시간이 없습니다. 불면증도 사라집니다. 침대에 누워 시를 외우다 보면 스르르 잠들곤 하지요. 화가 나고 감정의 기복으로 힘들 때도 시를 따라 평화로운 별을 산책하노라면 어느새 마음의 평화를 누립니다. 그의 이름은 문길섭. 광주에서 소공연장을 운영하는 문화인입니다. 시를 외우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노력인지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하늘이 짙푸르고 구름은 눈부시게 하얗습니다. 시가 내 육체 안으로 흘러 나를 적시고 내 몸통을 울리고 내 성대를 거쳐 입 밖으로 음파가 되어 허공을 울리는 경험을 해 보면 어떨까요? 천 편의 시를 외우는 사내, 그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지 짐작이 갑니다. 그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1천명의 천사들이 부럽습니다. 400편을 넘기며 시를 외우고 읊조리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는 고백을 하는 그의 설렘과 떨리는 입술이 부럽습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이 시구를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내 발걸음은 숲에 가 있겠지요.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 몸의 세포와 혈관에 흐르는 피를 격동하며 춤추게 하는 순간을 경험하겠지요.

우리도 숲 속 길로 들어갑니다. 세상에 물든 때 숲속 맑은 공기로 씻어내고 시인의 언어가 천사 되어 내 삶에 흘러들도록 숲 속 길로 들어갑니다. 우리 안에도 천사가 하나 둘, 늘어나는 기적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자크 데리다는 말합니다.

“은유(metaphor)가 모든 창의성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은유 없이는 우리의 사고, 언어, 예술, 학문 자체가 불가능하다.”

시적 은유의 세계로 뛰어드는 일은 삶의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조신영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