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4년 좌우할 결정의 시간 거리 두고 투표해요
조금만 바꿔서 생각하면人선택할 사람이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위태롭다. 세기적 역병 코로나19의 무차별 공습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고난(苦難) 저 너머에 산업생태계의 붕괴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어마어마한 경제난의 쓰나미가 도사리고 있다. 온 국민이 ‘병 들어 죽느냐, 굶어 죽느냐’의 가파른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 판이다. 환난 속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은 코로나 이슈로 인해 정상궤도를 크게 이탈했다. ‘정권심판’, ‘정책대결’의 본질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이상한 선거가 된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 정권안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집권 3년 통치 기간의 온갖 허물들을 모두 덮었다. 의료진과 국민이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룩해낸 놀라운 방역 성과에 대한 국제적 명성도 정권의 치적으로 능란하게 포장해냈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여당의 용의주도한 선전·선동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집권당의 실정(失政)을 비롯한 결정적인 약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고, 대안세력으로서의 능력도 입증하지 못했다. 일부 야권은 공천잡음까지 빚으면서 지지자들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기도 했다.

이제 투표일에 즈음하여 유권자들의 냉정한 이성만이 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아있다. 유권자들의 슬기로운 판단만이 미래를 살려낼 유일한 기회다. 우리가 살아남고, 자손들이 번영을 이루며 대대로 살아가야 할 이 땅에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코로나 충격으로 흔들린 가치관을 곧게 정돈해야 할 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옳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최고의 원칙을 지켜내기 위한 국민의 주권적 판단이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파탄·조국 사태·공수처법·탈원전·386 집권세력의 위선과 몰염치·통일정책 혼선·국민 분열 심화 등 정권의 기록적인 실정(失政)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미 그동안 정책에서 실패한 집권당이 자신들의 장담처럼 개헌선을 넘나드는 압승을 할 경우, 더 잘할 것이라는 보증(保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적폐 청산’ 완장을 차고 더욱 설치면서 서툰 칼솜씨로 이 나라를 정말 분열과 파탄의 구렁텅이에 빠트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미더운 야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선거판에서 감동할 만한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는커녕 허접한 권력다툼 추태만 보여주다가 “나라를 살리자”고 엎드려 읍소나 하는 야당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라와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며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정당, 조금이라도 더 잘할 후보를 골라낼 수밖에 없다. 수천 년간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도망치는 위정자들을 대신해 죽창 들고 강토를 지켜낸 절박한 의병(義兵)의 심정으로 나서서 대한민국을 살려낼 투표를 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반만년 이어온 불굴의 정신과 건강한 집단지성으로, 굳건한 국민의 힘으로 비뚤어진 국정을 바로잡을 때다. 포기해선 안 된다.

/안재휘논설위원 ajh-77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