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대전(大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다시 한번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중립성 문제가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선관위의 중립 의지가 의심되는 선거는 두고두고 후환을 남긴다. 특히 선거기간 신속하고 엄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선관위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비판은 안 된다’는 불가판단 기준은 더 어이가 없다. 선거일과 개표 등 진짜 중요한 일정이 남았다. 선관위의 공정성은 추호의 의심도 받아서는 안 된다.

문제는 전국선거 중 초미의 관심 지역인 서울 동작을 후보자들의 피켓 문구 허용 여부와 관련해서 불거졌다. 선관위는 이수진 민주당 후보의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70년 적폐 청산’을 두고는 괜찮다며 허용했었다. 그런데 통합당 나경원 후보의 지지자들의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 투표가 답이다’에 대해서는 모두 불허 결정을 내렸다.

심판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선관위의 결정은 공정성이 현저히 의심될 만큼 심각하다. 선관위는 “민생파탄은 현 정권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또 ‘거짓말 OUT’은 상대후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동서를 불문하고 선거에서 야당은 정부·여당의 통치와 정책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선관위의 판단 기준이 ‘정권 비판은 안 된다’는 것이라면 이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발상으로서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민주당의 ‘친일 청산’, ‘적폐 청산’ 문구도 금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선거기간 다 지나간 다음에 무슨 소용이 있나. 전국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선거관리위원회의 행태는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 이번 선거에서 유난히 선관위나 경찰이 여론으로부터 ‘편파’ 지적을 받는 상황은 참으로 좋지 않은 일이다. 호각을 불어야 할 때와 불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심판은 경기를 잘 운영하는 좋은 심판이 아니다. 남아있는 투개표관리 과정에서는 또 다른 편파 시비가 나오지 않기를 신신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