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동성고 온라인 개학 스케치
교육부 권장 플랫폼 ‘줌’ 대신에
관리 쉬운 ‘구글클래스룸’ 선택
1수업 2교사 체제 수업 운영으로
방송 상태·학생 집중도 확인 원활
지난해부터 스마트 수업에 투자
미술·음악 등 실기수업도 가능해

온라인 개학날인 9일 오전 포항동성고등학교 빈 교실에서 ‘Co-Teaching(1수업 2교사 체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바름기자

9일 오전 포항동성고등학교. 젊은 남성 교사가 텅 빈 교실에 들어왔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은 단 한 명도 등교하지 않았지만, 익숙한 듯 교사는 빈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책상 위에 펼쳤다. 화면을 켜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자신의 반 학생들의 얼굴이 화면에 하나둘씩 나타났다.

교사는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씩 차례로 불렀다. 개학 첫날부터 늦잠을 잔 학생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이다. 아침 조례 후 교사는 준비해 둔 수업을 시작했다. 1교시는 국어시간. 교사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답변이 돌아오면 칭찬과 함께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

바로 옆 자리에는 또 다른 교사가 자리를 잡고 자신의 노트북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노트북 화면 안에 들어있는 앳된 얼굴을 훑어보면서 학생들이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일종의 보조 역할인 셈이다.

김종태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Co-Teaching(1수업 2교사 체제)’이라면서 “한 명은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한 명은 방송상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학생들의 상태는 어떤지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교실도 똑같은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오전 내내 지켜본 포항동성고의 온라인 수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교사나 학생 모두가 익숙해 보였고, ‘사이버 세계’에서 가벼운 장난을 치기까지 했다. 단순한 EBS 강의 시청이나 교사들이 직접 수업 장면을 녹화해 틀어주는, 비교적 단순한 온라인 수업에도 버거운 다른 학교의 상황과는 확연히 달랐다.

포항동성고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구글클래스룸(G-Suite For Education)’을 선택했다. 교육부가 권장하는 ‘줌(Zoom)’이 아니다. 교사들이 직접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알아보고나서 선택한 결과다. 구글클래스룸은 기본적으로 출결체크나 과제 제출, 실시간 피드백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유료 버전은 한 수업에 최대 300명까지 접속할 수 있어, 학생 수가 40명 정도인 수업은 서버 과부하 문제에서 아주 벗어난다. 적절히 활용하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해결 중심 수업까지 모두 가능하다.

한동진 교사는 “지난해 말 경북도교육청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온라인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학교에 건의했는데 모두 동참했다”면서 “캠코더 등과 연결해 교사가 비추고 싶은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미술이나 음악과 같은 실기과목도 충분히 온라인 수업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는 오래 전부터 온라인 수업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고 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던 동성고는 지난해 6월 경북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태블릿PC와 휴대전화를 활용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스마트수업 진행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철저한 연구와 준비 덕분에 이번 초유의 감염병 사태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면 수업 만큼이나 수업의 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는 경북도교육청의 ‘원격수업 선도학교’로 지정돼 더 참신하고 효율적인 수업 방식을 찾고 있다.

포항동성고 윤재덕 수석교사는 “3월 첫 주에 이미 교과 및 부서별로 온라인 강좌를 설계했다. 수업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많은 노하우들을 다른 학교에 나눌 예정이다. 유튜브를 활용해서도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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