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집중과 분산’은 각종 분야에서 관심이 되고 있는 명제이다.

데이터들은 한곳에 집중해 모여 있으면 관리는 쉬우나 보안에 문제가 생기고 분산하면 관리가 어려워지고 집중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에 문제가 생긴다. 지역 발전의 의미에서는 분산은 균형발전, 집중은 효율적인 발전을 통한 전체의 경제력 향상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유치를 두고 ‘집중과 분산’의 명제가 다시 등장하는 느낌이다.

경북 포항, 전남 나주, 강원 춘천, 충북 오송 등 여러 지자체와 도시가 사업비만 1조원 규모인 방사광 유치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차세대 가속기는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지역 부가가치, 그리고 10만명이 넘는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예측했다고 한다.

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겠지만 엄청난 지역발전과 경제발전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요즘 코로나 전염병으로 세계가 들썩거릴 때 가속기는 신약이나 백신 개발에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속기는 단순한 단백질 구조분석 등을 넘어 정밀 나노 소자 분석 등 바이오·헬스·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활용도가 다양하다. 특히 바이러스 규명에 효율적으로 쓰인다고 한다.

분산의 이슈는 호남권에서 뜨겁다. 호남권 시도지사들이 모여 “방사광가속기를 호남에 구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들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호남 구축’을 비롯한 3개 항의 호남권 핵심현안에 대한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특히 전남 나주는 2022년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가 있어서 포항 포스텍의 3·4 세대 가속기와 대비될 수 있는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가 연계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집중’에 대한 열망도 뜨겁다.

3세대 및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는 포항시가 가속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항시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 유치를 위해 지난해 포스텍 내 기존 3·4세대 방사광가속기 인근 부지에 10만㎡ 규모의 가속기 건립 예정지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해당 부지에 대한 측량과 지반 조사 등을 완료하고, 타당성 연구 용역과 함께 전문가 세미나 개최 등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이다.

포항 포스텍에는 3·4 세대 두 개의 가속기가 있다. 그런데 3세대 가속기는 성능 부족과 시설 포화의 문제가, 4세대 가속기는 가용 용량 한계로 신규 가속기 구축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집중의 이점을 내세우는 포항시는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가속기 건설과 운영을 훨씬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건립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집중과 분산. 양측의 논리가 모두 의미를 갖고 있다. 좀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집중과 분산’의 논리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토의되고 선택됐으면 한다. 절대 정치적 논리나 포퓰리즘에 의해 선택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