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세계 경제도 위기상황에 빠지고 있다. 이에 대한 공동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3월 26일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가 개최되었다. G20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각국의 관련 대책을 통해 세계 경제에 5조 달러를 공급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번에 G20이 세계 경제 지원을 위해 공급하기로 한 5조 달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공급하였던 금액과 거의 같은 규모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거나 그 이상의 타격을 세계 경제에 입히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화상회의를 개최한 G20정상들은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무역에서 불필요한 간섭을 회피함과 동시에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함께 생명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건강대책을 실시하고 자금을 공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공동성명에서 공통의 위협에 대해 공동전선을 펼칠 것이며 이번 대책의 대상이 매우 명확하게 좁혀지고 투명성이 높은 데다 일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5조 달러 규모의 재정정책, 경제대책, 보증제도를 더한 대규모의 재정을 집행하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이 이날 금융사에게 사상 처음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을 결정하였다.

세계와 국내의 주요 정책당국이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책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포항, 구미 등 핵심 산업도시와 농수축산업이 대부분인 군지역을 아우르고 있는 경북도는 과연 어떠한 정책을 별도로 시행하여야 할까. 국가가 아닌 이상 지자체가 동원 가능한 재정 여력에 한계도 있을 것이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지원대책을 지역에서 실제 시행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에는 대구 경북지역에서 더욱 피해가 컸던 점도 맞물리면서 이와 같은 재난이나 위기상황에 지방공무원들은 방역과 진단만으로도 이미 녹초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경제대책이다. 지역민이 이 지역을 근간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물론 재해와 재난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전 시민, 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통적인 정책을 먼저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보건위생 등을 통한 무차별적인 방역과 통제와 같은 정책이 그것이다. 문제는 지역 전체의 경제 상황을 놓고 보면 세부업종별로는 타격을 입은 업종이 있다면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경제정책의 방향도 어떠한 분야를 먼저 챙겨야만 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생각해보면 이번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일시적인 이동의 제한이나 불편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된 곳, 아예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집단집객시설 등을 폐쇄함으로써 강제적으로 대상 업종의 경제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된 곳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1인당, 1가구당, 1개 업소당, 1개 군당과 같이 똑같은 기준단위로 공평하게 예산을 배분 또는 집행하는 것이 행정상으로는 편할지 모르지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를 지탱하는 요소는 무수히 많기에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도 회피해야 마땅하지만, 일반적인 경제순환은 기업의 생산 활동을 통해 나온 제품이 유통을 거쳐 소비자가 최종 소비함으로써 순환되는 것이다. 이때의 공통분모는 오직 하나 가계다. 생산공장의 근로자, 유통산업의 종사자 모두 최종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소비자다. 결국, 가계 수요의 근원은 소득이고 그 소득의 근원은 고용에 있다. 미국이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괜히 고용 관련 지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타격을 입은 것은 확실하지만, 실제 눈에는 도소매 유통 등의 매출 하락이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보다 근본적인 경제활동의 그리고 소비를 책임지는 가계의 주인인 가장을 고용하는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업체의 중요성을 잊게 하는 외형적인 모습일 뿐이다. 경북지역의 경우에는 저출산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전되고 있다. 게다가 대규모 고용을 책임져 왔던 구미의 전자통신산업과 포항의 철강산업 그리고 경주의 자동차부품제조업 등이 다양한 이유로 인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손쉽게 고용상황을 볼 수 있는 지표의 하나인 구직급여 신청자 수를 살펴보면 더욱 확실하다. 2016년 말 시점의 경북지역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9천946명으로 당시 전국의 21만5천675명의 4.61%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물론 그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전국과 경북 모두 구직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은 모두 증가하였다. 문제는 지난 3년간 구직급여 신청자 수가 전국은 22.81%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경북도는 무려 34.45%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2017년 말과 비교한 최근 2년간 증가율에서는 전국이 30.20%를 기록하였으나 경북도는 무려 40.21%가 증가하여 2019년 말 현재 구직급여를 신청한 실업자는 1만3천372명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전국 대비 비중도 5.05%로 3년 전 4%대 중반에서 5%대를 넘어섰다. 이와 같은 상황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결국 일자리를 찾아 경북도를 떠나는 인구이동의 한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역 차원의 경제대책에서 최고의 우선순위는 고용에 두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구미산업공단이나 포항철강공단, 경주외동공단 등 각 지역에서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고용을 유지하며 지역경제에서 최소한의 소득원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지역경제는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순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지금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부문의 매출 하락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라는 시각에서 보면 매우 일시적인 쇼크에 불과하다. 의식주를 담당하는 이들의 경제활동에 일시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의 제약하에서 반드시 전방위적으로 누구나 차별하지 않고 집행해야만 하는 방역, 통제 등을 위한 지출이 아닌 한, 그들에 대한 지원은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긴급자금지원 대책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적어도 지역경제의 수요원인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실직하는 사태가 확대되면 소상공인의 매출 하락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지역경제의 근간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지역 경제대책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다.

사실 구미, 포항, 경주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지리적으로 다소 격리되어 있어 지역민들이 그 영향의 정도를 파악하기 힘든 공단지역 제조업체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피해와 영향에 대해 지자체 당국에서는 철저하게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실태를 신속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용유지가 어려워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되는 상황까지 몰린 기업이 있다면 최대한의 지원대책을 특별히 마련하여 가장 조기에 지원해야만 한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