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정말 학교 가고 싶어. 악연이든 인연이든 만나고 싶어. 책가방이 썩는 것 같아.”

아이의 매일 같은 성화에 목련이 놀라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때를 아는 자연은 꽃샘추위에도 할 일은 한다.

하지만 철을 잃은 인간은 늘 뒷북이다. 교육계가 대표적이다. 가장 분주하고 활기가 넘쳐야 할 3월에 학교는 없다. 학교 부재의 이유는 융통성 없는 교육 관료들 때문이다.

전 세계의 화두는 4차 산업이다. 교육계 또한 이를 반영해 2015 개정 교육과정 인재상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정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를 “인문학적 상상력, 과학 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위 문장대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필자는 두 가지를 재확인했다.

하나는 교육계의 위선과 경직성. 또 하나는 교육 근로자들의 언행 불일치. 위와 같이 말하는 사람치고 교육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월 말부터 필자는 개학 연기에 따른 준비를 했다. 전국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학부모들은 학교가 대구 경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해했다.

다른 학교 교사들이 재택근무 계획을 세울 때 산자연중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학습 공백을 최소화할 방법을 연구했다. 첫 번째로 교과서와 학습 도구, 시간표 등이 담긴 학생 개인별 학습 상자를 만들어 2월 27일 전까지 택배로 전국의 가정에 보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들이 학습 결과물을 매일 확인 했다.

하지만 오롯이 학생 자율에 맡겨야 하는 온라인 학습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논의 끝에 실시간 화상 수업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장비가 문제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도 있지만, 잇몸조차 없을 때의 느낌이란?

그래도 해야 했다. 2월 주말을 연구와 회의로 보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노트북이었다. 노트북에 내장된 캠을 생각해냈다. 화질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실시간으로 학습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마음에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3월 둘째 주, 낡은 노트북 한 대로 화상 수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 학부모의 반응이다.

“학생의 그 긴 방학의 생활 패턴을 바꾸셨습니다. 시간 되면 스스로 일어나서 씻고 화면 앞에 앉는 모습에 물어봅니다. (중략) 당연히 EBS보다 재밌고 어떻게 수업이 재미가 없냐며 반문하는데 너무 당연시 여겨요. 어떻게 하시길래요?”

왜 꼭 수업을 학교에서만 해야 한다고 고집할까? 또 유초중고가 왜 꼭 같은 날 개교를 해야 할까? 화상 수업은 교사들의 열정만으로는 어려웠다. 그래서 누군가에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교육청은 물론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그래도 전화를 했지만 역시였다. 어떤 이는 분란이라는 말까지 썼다. 필자는 거기서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낡은 노트북 한 대가 만들어낸 교육 기적을 공유하고 싶지만, 일부 교육 근로자들은 들을 생각이 없다. 그들에게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말을 전한다. “이봐, 해보기나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