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 동산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근무 교대를 위해 보호구 착의실로 향하고 있다. /경북매일 DB

불과 몇 개월 뒤면 열릴 일본 도쿄올림픽의 개최가 코로나19 사태로 불투명해졌다. 취소 또는 연기 여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닌 세계보건기구(WHO)의 손에 달린 듯하다. 토마스 바흐(Thomas Bach) IOC 위원장은 지난 2월 14일과 27일 두 차례 모두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전염병이 퍼지는 상황이긴 하나 7월 24일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3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WHO에서는 코로나19를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선언하였다. 3월 13일 오전 2시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국가는 116개국, 확진자는 13만1천460명, 사망자는 4천923명에 달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동안 잠잠하였던 아프리카 전역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하였고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사망자도 나왔다. 결국,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은 3월 13일 독일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준비는 계속한다면서도 도쿄올림픽 개최를 WHO가 중지할 것을 권고한다면 이에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거기에 3월 13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리오 버라드커(Leo Varadkar)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 직전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1년 연기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아베 총리에게 권유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관객이 없는 경기장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는 이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IOC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거둬들인 총수입 약 5조9천억 원 가운데 약 80퍼센트에 가까운 4조7천억 원 정도가 미국 NBC 방송국의 중계권 수수료라며 관객이 없으면 방송국 즉, 미국의 수입이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라며 꼬집었다. IOC는 WHO의 권고에 따른다고 하기는 하였으나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아니 일본 정부의 최종적인 판단에 달린 것인지도 모른다. 소비세율 인상과 같은 악재에 코로나19사태로 일본 국내 스포츠 경기들이 연기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과연 일본 정부가 재빨리 올림픽 개최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면 우리의 입장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만일 WHO가 올림픽 개최를 중지 내지는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IOC가 받아들인다면 각국은 이에 따르기만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JOC나 일본 정부가 끝까지 강행한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어쩌면 도쿄올림픽은 그대로 개최하되 올림픽 참가 여부는 각국이 스스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그리고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일본이 코로나19사태를 빌미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사태가 수습되고 오히려 일본이 확산 경향을 계속 보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여전히 다른 국가에서는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선수단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고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할 것인가. 이번 코로나19사태가 일으킨 도쿄올림픽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신중하게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슬기롭게 사태를 수습하며 위기를 극복해 왔다. 그동안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들은 형태나 방식, 그 규모에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과정은 거의 같았다. 어느 지역에서 화재, 폭발, 태풍, 지진 등과 같은 인재, 천재를 불문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재난지역을 선포한다. 그리고 재해의 조기 복구와 정상화를 위해 특별예산을 편성하고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 대책도 마련한다. 각종 세금의 납부 기한을 연기해주거나 특별 재정자금을 편성하여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등 금융지원도 뒤따른다. 이번 코로나19사태도 이와 비슷한 위기 대책의 수습 과정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당장 다가온 총선 문제, 수개월 뒤로 다가온 일본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논의는 아직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지금은 국가의 모든 힘을 코로나19사태의 예방과 방역, 마스크 5부제 실시 등과 같이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당장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의 취소 또는 연기와 관련한 문제는 한일 양국 간에 얽혀있는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 매우 민감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실 올림픽의 취소 또는 연기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은 일본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선수단과 관광객 등은 올림픽 기간동안 참가를 위해 여행사, 항공 티켓, 호텔 등 숙박업소의 예약에 이르는 모든 준비는 이미 완료한 상태일 것이다. 만일 일본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다가 개최 시기에 임박해서 중단 또는 연기 결정을 하게 된다면 경제적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선수단이나 관련 단체, 선수 가족과 일반 관광객 등이 예약 일정에 가까운 시점에 취소할 경우 과연 현지 일본의 사업체가 아무런 페널티도 받지 않고 사전 지급한 예약금이나 선결제한 대금을 환급해 줄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올림픽 특수에 대비하여 수년간 설비투자를 진행한 사업체 중에는 예약자금을 이미 사용하여 환급 처리 과정에서 파산하는 곳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미리 검토해둘 필요가 있다. 도쿄올림픽의 중단 내지는 연기가 WHO나 IOC 등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특히 각국의 의사결정에 따라 결정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충분한 검토와 협상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물론 JOC나 일본 정부가 한국의 참가 여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성공적인 도쿄올림픽을 위해 최대한 많은 나라의 참가를 바랄 것이다. 앞으로 상황 변화에 예의주시하면서 올림픽 문제를 경색된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던 제2의 코로나19와 같은 또 다른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강력한 전염병이 다시 발생할 경우를 염두에 둔 대책, 포항지진과 같은 재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의 환경 속에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경우 등 새로운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가 필요해지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포항에는 이처럼 다가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 가능한 두 가지는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바이오신약과 로봇 관련 연구개발이다. 어쩌면 좀 더 빨리 바이오신약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시작하였다면 이번 코로나19사태에 포항에서 개발된 백신이나 치료제 등이 활약하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포항은 국내 6대 로봇 연구기관이면서 국내 최고의 실용 로봇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을 가지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감염자 발견과 진단에 인공지능이 탑재된 지능형 로봇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앞으로의 새로운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인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이나 지금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였을 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활약할 수 있는 로봇이 포항에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포항산 로봇이 진단한 감염자를 조기에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포항산 바이오신약과 함께.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